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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에서 보는 세상 풍경
▲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세계는 연초부터 전쟁위기에 휩싸여 있다. 지난 3일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 쿠드스군 사령관 솔레이마니를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근처에서 미사일 공습으로 폭살했다. 이란에서는 6일 장례식과 이후 수일간 미국에 보복을 다짐하는 수백만 군중의 집회가 열렸다. 이란은 8일 이라크 소재 아인 알아사드 미 공군기지를 비롯한 미군기지 두 곳을 미사일로 포격했다. 이라크 의회는 1월5일 자국에 주둔하는 미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를 했고, 미국은 이를 거절했다. 이로써 전쟁은 미-이란 전에서 중동지역의 전체 반제국주의 세력과 미·이스라엘 간의 전쟁으로 옮아 가고 있다. 미셸 초수도프스키 교수가 2011년 펴낸 책 <제3차 세계대전 시나리오>가 실행에 옮겨지는 듯하다.

북한은 지난해 말 이례적으로 여러 날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정면돌파로 새로운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길이란 핵동결과 북미 관계 정상화를 통한 경제발전 노선에서 핵무력 강화와 자력갱생 노선으로 전환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완전한 자력갱생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를 기대하지 않고 중·러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 자력갱생하겠다는 말로 읽힌다. 또 이와 맞물려서 정치·군사적으로도 중·러와 거리를 두던 종래의 비동맹노선에서 중·러와 적극 협력하는 노선으로 이행하는 것으로 읽힌다. 이처럼 남한이 한·미·일 동맹에 적극 동참하고 북한이 본의 아니게 북·중·러 동맹으로 기울어지게 되면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적·군사적 대결은 한층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남한 국내 차원에서도 희망적인 조짐은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사회는 점점 더 해체되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명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한편 우울증·조현병 등 정신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도 기성 정치세력들은 서로 편을 지어 알맹이 없는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 2006년 교수신문이 정한 올해의 사자성어가 밀운불우(密雲不雨)였는데, 딱 지금 상황을 묘사하는 것 같다. 세상에 모순이 가득하지만 혁명이 터져 나오지 않아 답답한 상황 말이다.

필자가 한 달째 지키고 있는 충청북도교육청 농성장에도 어김없이 새해가 밝았다. 그리고 이곳 바깥의 세상이 그러하듯 신통한 소식은 없고 심란한 일만 가득하다. 지난 세밑인 12월31일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이 퇴근하면서 12월24일 크리스마스 전야에 안아무개 재무과장이 통보한 최후통첩을 재차 직접 통보했다. 건물과 운동장을 전태일노동대학에 대부해 주는 대신 사택과 학교에 부속된 논을 영농법인에 매각하겠으니 그 안대로 계약을 체결하든 말든 하라는 것이었다. 지난 3일까지 충북도교육청 방안대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했다. 세밑인사치고는 참으로 야멸찬 인사였다.

3일 농성자 4명이 교육감이 부재한 가운데 교육감 비서실 앞에서 교육감 면담을 요구했으나 비서실 문을 열어 주지 않아 연좌했다. 이들은 퇴근시간이 돼 비서들이 퇴근하는 틈을 타 비서실에 주저앉았다. 노동자들은 3일 시한부로 폐교 재산을 일방적으로 처분하려는 충북도교육청 방침의 보류를 요구했고, 비서실장은 오후 7시께 보류를 약속했다. 이보다 하루 앞선 2일 전태일 노동대학은 충북도교육청과 산하 영동교육지원청에 같은 내용의 보류 요청 공문을 보낸 바 있다.

7일 충북도교육청은 또다시 영동교육지원청을 통해 10일까지 교육청 방침대로 임대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계약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교육청 임의대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통보했다. 단 이번에는 전태일노동대학이 사용해 왔던 사택은 유령 영농법인에 매각하는 재산에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일보 양보했다. 그러나 이는 양보하는 척하면서 유령 영농법인에 면죄부와 면허장을 주고 전태일노동대학을 축출하는 데 날개를 달아 주려는 잔꾀였다.

10일 출근시간 충북도교육청은 농성자들을 지원하려 방문하는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의 방송차량을 막고자 정문 차량출입을 차단했다. 후문 차량진입도 차단했다. 경찰은 교육청이 교통을 차단했음에도 노동자들이 했다며 처벌하겠다고 위협했다. 노동자들은 이에 분노해 노동가를 방송하고 후문 출구를 가로막았다. 이로 인해 하루 종일 충북도교육청 차량 출입이 막혔으며 민원이 빗발쳤다. 이런 민원을 구실로 농성 노동자들을 연행하거나 형사 처벌하려는 기획이었다. 이들은 쇠사슬과 자물쇠까지 사전 준비했다. 하지만 충북도교육청의 공작은 실패했다. 저녁 7시 경찰서장이 직접 현지를 방문, 일선 경찰의 보고와 달리 교육청이 먼저 교통을 차단했음을 확인하고 교육청이 차단을 풀도록 했다.

같은날 오후 3시께 옛 천덕초교 사태의 책임자인 영동교육청 배아무개 행정과장이 느닷없이 충북도교육청에 나타나 직인도 없는 유령 문서를 농성천막 문 앞에서 읽었다. 10일까지 교육청 안대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건물반환 행정절차와 법적절차를 진행하겠다는 통첩이었다. 하지만 그날 오후 2시 전태일노동대학은 영동교육지원청에 일방적으로 통보하지 말고 폐교 재임대 조건 전반에 대해 충분히 협의한 후 결정하자는 공문을 보냈다. 이런 공문이 올 줄 몰랐던 그는 당황했다. 당황한 나머지 그는 자신이 타자로 작성한 문서의 끝에 1월10일 오후 전태일노동대학이 영동교육지원청에 접수한 공문은 반려한다는 문장을 자필로 휘갈겨 썼다. 한 노동자가 그것을 사진으로 찍었다. 뒤늦게 이런 상황을 안 노동자들이 그를 잡으려고 했고 그와 안아무개 재무과장은 노동자들에게 쫓기다 샛문으로 도망쳤다. 시곗바늘이 5공화국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김승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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