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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드라마
▲ 이은호 한국노총 대변인

요즘 <스토브리그>라는 TV 드라마를 챙겨 본다. 이른바 ‘본방사수’. 야구를 소재로 하는 이 드라마는 과거 스포츠 드라마와는 다르다.

화려했던 선수가 불의의 부상을 당하고 좌절하고 방황하다가 사랑하는 사람의 도움으로 재기한다는 보통 드라마 스토리와 다르게 야구라는 스포츠의 전문적인 용어와 상황들을 곳곳에서 쏟아 내고 있다.

드래프트·트레이드 같은 야구용어뿐 아니라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같은 야구통계 전문용어들을 툭툭 던진다. 게다가 병역기피·스카우트 비리 등 야구를 둘러싼 ‘현실’에서 벌어진 일들이 ‘드라마’에서 펼쳐진다.

야구시즌이 끝나고 긴 겨울(스토브리그)을 무료하게 보내야 하는 야구팬에겐 반가운 드라마다. 재미있는 사실은 소위 ‘야.알.못’인 사람들도 이 드라마에 환호한다는 것. 집에서 야구중계를 본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었지만 <스토브리그>는 아이와 아이 엄마까지 함께 시청한다. 전문적인 용어와 상황들을 이야기에 잘 녹여 낸 작가·연출가의 탁월함과 함께 드라마라는 장르가 가진 대중적인 호소력이 큰 영향을 줬을 것이다.

드라마를 보다가 ‘노동(조합) 이야기도 더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고 알 수 있도록 풀어낼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미생>과 <송곳>이라는 훌륭한 드라마가 만들어졌지만 <미생>보다 조금 더 전문적인, <송곳>보다 조금 더 대중적인 드라마는 어떨까.

하는 일의 특성상 나는 기자들과 통화를 많이 한다. 처음 ‘노동 출입처’를 맡게 되는 기자들의 이야기는 한결같다. “노동은 너무 어려워요.”

하긴 수년간 노동을 전담했던 기자도 “차라리 어려운 함수 문제를 푸는 게 노동문제보다 쉬울 것”이라고 말한다. 수많은 법률이 관련돼 있는 데다 ‘관계’가 얽히고설킨 게 노동문제다. 당사자인 ‘노사’ 의견은 항상 첨예하고 ‘노정’ 역시 대립하고 갈등한다. 승패를 따지는 문제도 아니고 서로 간에 다른 정답을 들고 있기에 결론은 예측불가다.

독자에게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하는 기자들이 이럴진대 일반 대중은 어떠할까. 수십 년이 지나도 대다수 국민에게 노동조합은 어두운 투쟁조끼와 붉은 머리띠로 상징되며 ‘데모(집회)하는 곳’으로 여겨지고 있지 않나.

대중들에게 노동조합이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가는 데 드라마는 꽤 괜찮은 수단인 듯하다. 지난해 한국노총은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라는 드라마 제작을 지원했다. 공중파 드라마를 한국노총이 지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지난해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아쉽지만 드라마에서 보인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제작 ‘참여’가 아닌 ‘지원’이었기에 한계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한 발 더 나아가 기획부터 함께해 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비용을 포함해 노동조합에 주어진 환경을 고려하면 무리한 생각일 수 있겠지만, 새해 첫 달, 첫 번째 칼럼에 이런 깜찍한 상상(!)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혹시나 노동조합과 관련한 드라마 제작에 관심이 있는 작가나 기획사가 있다면 한국노총으로 연락 주시길 바란다. 크든 작든 어떤 아이디어라도 대환영이다.

한국노총 대변인 (labornews@hanmail.net)

이은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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