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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조망 벽에, 한쪽엔 음식물 쓰레기통] 고가도로 밑 구로구청 청소노동자 휴게소노조 “문제제기했지만 구로구청 업체와 재위탁계약 … 계약 취소해야”
▲ 서울 구로구 한 고가도로 아래, 철조망 너머로 청소용역업체 ㅅ사 청소노동자들의 휴게공간이 보인다. <최나영 기자>

고가도로를 천장으로 삼고 철조망을 벽으로 삼은 ‘집’. 양쪽 뚫린 벽으로 옆 도로와 고가도로를 지나는 차량의 배기가스와 먼지가 찬바람과 섞여 수시로 드나든다. 이곳에는 쓰레기를 운반하는 전동차와 손수레가 있고, 오물이 묻은 쓰레기 수거함도 여러 개 세워져 있다. 쓰레기 수거함 근처엔 악취도 난다. 고가도로 아래 공간이라 한쪽은 고개를 숙여야 지나다닐 수 있다. 서울 구로구청에서 폐기물 수집·운반 업무를 수탁한 4개 용역업체 중 ㅅ사 청소노동자들이 휴게공간으로 이용하는 곳이다.

“회사 휴게실은 차로 20분 거리”

노조가입을 이유로 청소노동자에게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5개월째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받은 구로구 청소용역업체 ㅅ사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본지 2019년 12월27일자 11면 구로구청 청소 위탁업체 노조가입 했다고 “빨갱이XX” 기사 참조> 청소노동자들에게 적절한 휴게공간을 제공하지 않거나 쓰레기를 편법으로 수거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2일 서울일반노조 구로구환경분회는 ㅅ사가 휴게시설과 세척시설을 설치하도록 한 법적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노동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게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사업주 의무로 정하고 있다. 환경미화, 오물 수거·처리, 폐기물·재활용품 선별·처리, 신체 또는 피복이 오염될 우려가 있는 업무를 하게 하면 접근하기 쉬운 장소에 세면·탈의·세탁시설을 갖춰야 한다. 이는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도 명시됐다. ㅅ사 노동자들이 얘기한 휴게실과는 격차가 크다.

ㅅ사측은 “회사 적환장에 휴게실이 따로 마련돼 있는데, 노동자들이 현장 근무지 근처로 바로 출퇴근하다 보니 휴게실이 마치 없는 것처럼 잘못 알려지고 있다”며 “노조가 문제제기한 곳은 전동차와 수레를 주차하는 곳이지 휴게공간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노동자들이 실제 근무하는 현장에서 회사 적환장까지는 차로 20분 정도 걸린다”며 “휴게공간이 현장 가까운 곳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가 문제제기를 한 뒤 고가도로 아래 휴게공간에 있던 난방기구 등이 치워졌다”며 “수탁업체는 노동자가 접근하기 용이한 장소에 세면·목욕시설·탈의·세탁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정한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항목도 위반했다”고 말했다.

▲ 휴게공간에는 쓰레기를 운반하는 전동차와 쓰레기통이 있다. 일부 구역은 천장이 낮아 고개를 숙여야 지나갈 수 있다. <최나영 기자>

“쓰레기 편법수거 ‘따방’ 확인”

청소노동자들이 쓰레기를 편법 수거하는 이른바 ‘따방’을 통해 돈을 벌면, ㅅ사 관리자가 그 돈의 일부를 정기적으로 받아 간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따방은 청소용역업체 노동자들이 종량제봉투 안에 들어 있지 않은 쓰레기를 상가 주인 등에게 따로 돈을 받고 처리해 주는 것을 말한다. 분회 관계자는 “따방은 과거 청소용역업체가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운영됐을 때 노동자 임금이 너무 낮아 사용되던 편법”이라며 “청소용역업체 운영방식이 대행체제로 바뀌었으니 없어져야 하는 관행이지만 ㅅ사에서 여전히 따방이 이뤄지고 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ㅅ사 관리자가 청소노동자들에게 따방으로 돈을 벌게 한 뒤 일부를 정기적으로 상납하라고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구로구청은 노조의 제보를 받고 가게 세 곳을 찾아가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한 곳에서 따방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전했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감사실에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조사하려 한다”고 말했다. 분회 관계자는 “나머지 가게 두 곳도 사실을 제대로 말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이 같은 방식이 사용된 곳이 있는지, ㅅ사 관리자에게 상납된 돈이 있는지 추가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최근 ㅅ사와 관련해 이 같은 부당행위들이 연이어 폭로되고 있는데도 구로구청은 지난달 10일 ㅅ사와 재위탁계약을 맺었다”며 계약 취소를 요구했다.

ㅅ사는 노조 주장을 부인했다. ㅅ사 관계자는 “(우리 업체는) 따방을 못하도록 철두철미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다른 사람이 업체 몰래 따방을 했는지는 몰라도 따방으로 번 돈을 관리자가 받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부당노동행위나 임금체불건에 대해서는 아직 최종 판결이 안 났으니 사법부 판결을 보고 조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지난해 7월과 10월 임금체불·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관악지청에 ㅅ사를 고소했다. 서울관악지청은 ㅅ사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고 기소의견으로 지난달 2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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