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통지서를 받았을 때보다 더 심한 충격을 받았다.”
“출근투쟁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아이들을 보면 눈물이 나고, 죄지은 것처럼 얼굴 들기가 어렵고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10년간 죽지 못해 버티다시피 살아왔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복직(부서배치)이 무기한 연기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에 가해진 심리적 충격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어떤 이는 충격으로 외부출입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이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매사에 불신하는 마음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대다수가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렸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픔과 불행을 느끼고 있었다.

쌍용차 희생자 추모 및 해고자 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최근 예정된 날짜에 부서배치를 받지 못한 쌍용차 노동자 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12일 공개했다. 지난 10~11일 인터넷(스마트폰)으로 실시한 무기명 설문조사(객관식·주관식)에 36명이 응답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떨어진 날벼락
휴직자 77% “전혀 예상 못해 큰 충격”


2018년 9월 쌍용차·쌍용차노조·금속노조 쌍용차지부·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에 합의했다. 노노사정 합의에 따라 휴직자들은 2019년 1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복직했다. 같은해 7월 복직한 46명은 연말까지 6개월 무급휴직 기간을 견뎠다. 휴직기간 노동자들의 월평균 소득은 200만원 이하가 44.4%로 절반에 육박했다. 300만원 이상을 받는 휴직자는 16.7%에 불과했다.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렀다.

휴직자들은 정부기관이 참여한 노노사정 합의를 한 만큼 지난해 31일 부서배치가 될 것으로 믿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거나(71%) 복직을 위한 마음의 준비(68%)를 하면서 출근할 날을 기다렸다.

회사는 그러나 쌍용차노조와 합의를 거쳐 지난달 24일 휴직자들에게 휴직연장을 통보했다. 경영이 악화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떨어진 날벼락에 77%는 “전혀 예상을 하지 못해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고 답했다. 휴직자 A씨는 “휴직연장 통보를 굳이 크리스마스이브에 해야만 했던 이유를 알고 싶다”며 “더불어 해고자였던 직원이 부서에 배치되는 게 그토록 끔찍하게 싫었는지 알고 싶다”고 반문했다.

휴직 통보를 받은 뒤 2주간 대다수가 불면증에 시달렸다. 86.1%는 극심한 불면증을 겪었다. 10명 중 4명은 잠을 자기 위해 주 5일 이상 술을 마셨다. 10명 중 9명은 현재 자신의 삶이 불안정하다고 느꼈다.

이달 7일 ‘출근투쟁’을 한 휴직자들에게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차 판매량이 늘고 생산량이 늘어나면 최우선적으로 여러분들을 공장에 돌아오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휴직자 52.9%는 “판매와 생산이 늘어나도 조만간 부서배치는 어려울 것 같다”며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함께 극복하자는 경영마인드 보여 달라”

휴직자 B씨는 “11년 가까운 삶과 죽음의 사선을 넘어서며 살아도 산 게 아닌 지푸라기 인생을 살아왔다”며 “복직을 1주일여 남겨 놓은 시점에서 살인적이고 잔인한 기약 없는 무기한 휴직연장에 피눈물도 이젠 말라 버렸다”고 절규했다. 휴직자 C씨는 “사회적 합의마저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는 회사 브랜드를 국민이 어찌 신뢰할 수 있겠냐”며 “어렵더라도 함께 극복해 나가자는 경영마인드를 보였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46명 중 또 한 사람의 목숨이 사그라지기 전에 신속히 부서배치를 해 줬으면 좋겠다”는 휴직자도 있었다.

쌍용차 범대위는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사회적 합의를 파기하는 기업은 용서받을 수 없다”며 “다가오는 설연휴에 (휴직자들이) 11년 만에 복직했다는 기쁜 소식으로 고향을 방문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휴직자 46명은 7일부터 쌍용차 공장으로 출근투쟁을 하고 있다. 이들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휴직·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평택지청에 사원증 발급·작업복 지급명령을 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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