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미지급 연장근로수당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으로 있었던 조명래 환경부 장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조, 3년 미지급 연장근로수당만 10억원 추산
“임금체불 진정하자 연장근로 관리 까다롭게 바꿨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노조(위원장 고재민)는 “연구원이 2013년부터 연장근로수당을 전혀 지급하지 않아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신고서를 접수하고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포괄임금 약정이 없는데도 연구원측은 매월 연장근로 중 10시간은 연봉설계시 반영했다면서 수당을 주지 않았다. 월 10시간을 초과한 근로시간에 대해서도 연구원측은 그동안 아무런 보상을 해 주지 않았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는 최근 3년간 체불된 금액만 1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근로감독관이 임금체불 사건 조사에 나서자 연구원측은 최근 ‘연장근로 관리개선’ 방안을 내놨다. 고재민 위원장은 “개선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연장근로를 하려면 부원장까지 직접 찾아가 수기로 결재를 받도록 허가제도만 까다롭게 바꾼 것”이라며 “연구원이 연장근로수당이 아니라 보상휴가를 주겠다는 방침을 정하는 바람에 직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공짜노동을 하고 야근 식대마저 자기 돈으로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연구원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며 대전지방노동청에 근로감독을 청원한 상태다. 윤제용 원장뿐 아니라 전 원장인 조명래 장관도 임금체불 사건과 관련돼 있다. 연구기관 업계의 관심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쏠리고 있는 배경이다.

연구원측은 “ 대전노동청에서 임금 미지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며 “연구원은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근무제 시행에 발맞춰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과반수노조와 협의 후 연장근로에 대한 보상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책연구기관 지난해 10월부터 노동시간 상한제 적용
재량근로제·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 잇따라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상황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26개 연구기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연구개발업종에 속하는 국책연구기관들은 근로시간특례 적용을 받아 2018년 근기법 개정 전까지 연장근로에 제한이 없었다. 근로시간특례 제외업종에 1년3개월의 유예기간이 부여되면서 국책연구기관에 주 52시간 상한제가 본격 시행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상당수 연구기관들은 재량근로제나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했다. 실제로 지난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연구용역으로 연구기관의 주 52시간제 현황과 대응방안을 분석한 한국노동연구원은 “연구직의 70%가 연구 프로젝트 마감이 특정 월에 집중될 때 초과근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재량근로시간제 도입을 주요 대책으로 제시했다. 공공연구노조 관계자는 “연구기관 특성상 프로젝트가 몰리는 기간에 초과노동이 집중되기도 하고, 조합원들이 특정 시간에 얽매이기 보다는 스스로 시간관리를 할 수 있는 제도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처럼 유예기간 동안 제대로 준비가 안 된 곳에서는 노사갈등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국책연구기관들은 총액인건비 제도에 묶여 예산이 한정돼 있다 보니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곳이 많다. 국책연구기관의 미지급 연장근로수당 문제가 새로운 노사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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