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노동·고용 분야에도 주문이 쏟아진다. 지난해에 해결하지 못하거나 일부 진전했는데도 마무리되지 못한 과제가 쌓여 있다. 노동기본권 보장부터 안전한 일터 만들기, 비정규직 차별 해소, 일자리 창출까지 어느 하나 쉬운 문제가 없다. 새해에도 노사정이 때로는 대화하거나, 때로는 힘겨루기 하는 모습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그래서 노사정 관계자들에게 들었다. 2020년에 무엇을 하고, 어떻게 만들어 갈지를.


 

▲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

불평등 양극화 해소를 위해 새로운 길을 찾자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

민주노총은 2020년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 사회대개혁으로 불평등·양극화 해소’를 기치로 내걸고 100만 조합원을 넘어 200만 조직화로 나아가려고 한다. 새해 소망 딱 3가지만 이야기하자. 먼저, 현안 문제부터 해결하고 진정한 새해를 시작하자.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한국지엠 정리해고, 톨게이트 비정규 노동자, 한국 마사회 문중원 열사, 영남대의료원 박문진 지도위원 고공농성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

둘째,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대표 브랜드인 최저임금 1만원, 노동시간단축,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정책은 노동계로부터 ‘줬다 뺏는 노동정책’으로 비판받고 있다. 올해는 뒤로 갈 생각만 하지 말고 앞으로 갈 수 있는 지혜를 모으자. 아니 정치적 결단을 하자. 최저임금은 정부의지와 대기업 비용 분담으로, 노동시간단축은 캠페인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는 공무직위원회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 보자. 이게 안 되면 우리는 과로사회, 저임금 장시간 노동체제에 의존하는 후진적 노동체제를 절대 넘어설 수 없다.

마지막으로 노사관계 발전이다. 국민 밉상이라고도 하고 대화보다 투쟁만 한다는 민주노총이 왜 1노총이 될 수밖에 없는지 한 번쯤 돌아봐야 한국 노사관계 발전의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할지 말지 답하라고 한다. 답은 간단하다. 민주노총은 당면 최대 과제인 불평등 양극화를 위해 사회적 대화·노정협의·산별교섭을 포함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경사노위 참가는 아니다. 지난 1기 경사노위 실패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고 그냥 묻지마 참가만 강요하는 것은 올바른 대화의 태도가 아니다. 그것은 결국 모두가 해 왔던 ‘편하고 익숙한 길’로 회귀일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힘들지만 ‘새롭고 다른 길’이다. 그것은 기승전 경사노위가 아니라 ‘기승전 양극화 해소’다.


 

▲ 이은호 한국노총 대변인

다시, 사람이 먼저다
이은호 한국노총 대변인

‘사람이 먼저다’가 슬로건이 되는 사회는 불행하다. 상식을 외쳐야 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차보다는 사람이 먼저이듯이, 세상 만물 모든 것의 앞순위가 사람이어야 함은 상식이다. 그럼에도 경제를 이야기할 때 여전히 사람은 후순위다. 물론 모두가 같은 사람은 아니다. 그중에서 노동자가 가장 뒤에 선다. 대통령이 후보시절 한국노총을 찾았을 때 이야기했다.

“노동자의 땀과 눈물을 먹고 자라는 경제성장 정책은 이제 폐기해야 합니다. 다음 정부의 성장정책 맨 앞에 노동자의 존엄, 노동의 가치를 세우겠습니다.”

희망과 기대를 받고 출범한 정부가 햇수로 4년차에 접어들지만 말은 실천되지 않고 있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보다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비관이 더 크다. 노동시간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위기 원인이라고 말하는 사용자단체의 신년사를 듣고 있으면 올해도 상식은 쉽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새해에는 상식이 온전하게 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같은 노동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 사람이 일할 수 있는 만큼만 일하며 그 대가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사회. 어려운 경제로 인해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이 ‘꼭’ 노동자만이 아닌 나라.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다시 상식을 더 크게 외쳐야 한다. 다시, 사람이 먼저다.


 

▲ 이형준 한국경총 기획홍보실장

노사정, 경제 활성화·노사관계 선진화 위해 협력해야
이형준 한국경총 기획홍보실장

올해 우리 경제는 대외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지난해 경제부진에 대한 기저효과도 있어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서고 건실한 경제 발전을 이뤄 내기 위해서는 민간기업의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만큼은 기업들이 투자와 생산을 늘릴 수 있는 환경조성이 국가적 최우선 과제로 인식되고 정책기조 또한 ‘기업의 활력 제고’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

우선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시행에 따른 생산성과 효율성을 보전하기 위한 유연근무제의 법적 보완 및 확대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또한 글로벌 추세에 맞춰 법인세율을 인하해 기업의 투자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최근 우리 기업인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해 선진국들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상속세제도 역시 개선돼야 할 것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경제 패러다임 변화로 장소와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일하는 방식과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만큼 과거의 노사관계 틀에서 벗어나 자율성과 유연성에 기반한 법과 제도를 만들기 위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올해는 노사정이 함께 경제 활성화와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대화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경총도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 박영만 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

안전우선 원칙 뿌리내리자
박영만 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

정부는 2022년까지 산재 사망사고 절반 감축을 목표로 모든 행정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고사망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업에 중점을 두고 추락 위험요인 중심으로 점검·감독을 추진했다. 특히 안전보건공단과 패트롤 점검반을 운영해 위험요인을 개선토록 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조속히 감독을 실시해 ‘개선조치 불이행=처벌(감독)’ 원칙이 정착되도록 노력했다.

그 결과 산재 사고사망자수가 지난해에 비해 116명 감소하는 성과도 있었다. 올해도 사고사망자의 지속적인 감소에 중점을 두고 사업장을 관리·감독할 계획이다. ‘건설업은 추락, 제조업은 끼임’을 중점 감독사항으로 선정해 선택과 집중 방식의 감독을 실시한다. 제조업 끼임사고 예방을 위해 ‘끼임 위험작업 감독’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한 건설업에 집중했던 패트롤 점검과 감독을 제조업까지 확대하고 컨베이어벨트 등 위험 기계·기구에 방호장치가 잘 돼 있는지, 노동자가 안전수칙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등을 점검한 후 감독과 연계할 예정이다.

사망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노사의 적극적인 노력도 중요하다. 사업주는 정비·보수작업시 끼임사고 발생 위험이 높으므로 기계의 가동을 중지하고, 부득이한 경우 필수 안전수칙을 준수해 작업해 달라. 노동자는 보호구 착용을 생활화하고 안전작업절차를 숙지할 것을 부탁드린다.

이달 16일부터 원청의 책임이 대폭 강화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된다. 노·사 모두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현장에서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안전 우선 원칙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 주시길 당부드린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