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영 기자

무노조 경영으로 노조파괴 행위를 일삼아 온 삼성이 최근 법원에서 잇따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삼성에버랜드 전·현직 임원과 이들을 도운 외부세력 등 39명이나 된다. 이 중에는 협력업체 관계자와 단체교섭 지연에 가담한 한국경총 교섭 담당자 등이 부당노동행위 공동공모정범으로 인정돼 포함됐다.

삼성 노조파괴 판결과 관련해 법률 전문가들은 “조직적 노조파괴 전략을 처벌하고 비신분범이 신분범인 사용자 범죄 수행에 편의를 준 부당노동행위 공범으로 인정됐다는 점에서 법리적으로 유의미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미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폭로하며 삼성의 무노조 황제경영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고용노동부와 검찰·법원이 미온적인 태도로 시간을 끌며 삼성의 노조파괴 행위를 묵인한 문제를 제기하며 부당노동행위 관련 강제수사와 처벌 강화를 촉구했다.

“법원 공동공모정범 적극적 인정”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삼성 노조파괴 판결의 의미와 향후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심상정·이정미 정의당 의원, 민변 노동위원회·금속노조·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가 공동주최했다.

조현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삼성 노조파괴 판결과 관련해 “삼성그룹과 삼성전자 등 계열사·자회사, 협력업체 간 조직적 공모와 실행으로 노조파괴 행위가 이뤄졌음이 밝혀졌다”며 “법원은 조직적인 대규모 부당노동행위이고 그 규모와 파급력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보면서 실형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판결에 대해 법원이 적극적으로 공동공모정범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법원은 단체교섭권을 위임받아 교섭 지연에 가담한 경총 교섭 담당자에 대해서도 유죄를 선고했다. 조 변호사는 “그간 법원은 부당노동행위 공동공모정범에 대해 소극적으로 판단해 왔는데 비신분범이 신분범인 사용자에 가공해 부당노동행위 공범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과거 창조컨설팅 사건의 경우 (유성기업과) 거의 공모한 것처럼 보이는 사안에 대해서도 공동공모정범이 아닌 방조범으로 인정했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전체적으로 공동공모정범으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노조파괴 전문 노무법인으로 불리는 창조컨설팅의 전 대표 심종두씨와 전무 김주목씨는 지난 2018년 현대자동차 부품사 유성기업과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에서 회사의 어용노조 설립에 개입하고 노조파괴를 방조한 혐의로 법정구속됐다.

부당노동행위자 취업제한하고
구속영장 신청기준 개정해야


금속노조는 2013년 삼성그룹의 노조파괴 전략이 담긴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근거로 협력업체의 부당노동행위 공범으로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등을 고소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고소 6년 만인 지난해 12월13일과 17일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파괴 행위에 대한 법적 판단이 내려졌다. 노동계와 법률 전문가들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강제수사와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이유다.

류하경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는 “노동부가 제대로 수사했다면, 검찰이 강제수사를 열심히 했다면, 법원이 재판에 충실했다면 2013년 노조의 최초 고소·고발 후 1년이면 충분히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6년을 끌어오는 동안 안타까운 열사들이 생겨났고 조합원들은 생활고와 극심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상은 변호사(법무법인 새날)는 “부당노동행위는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 3권을 침해하는 중대범죄로 수사기관은 노조와 노동자의 기본권 보호 관점에서 수사에 적극 임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대인적·대물적 강제수사를 통해 사용자 부당노동행위를 조기에 발견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조법은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2000년 이후 부당노동행위를 포함한 노조법 위반죄로 사용자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며 “부당노동행위가 노사 간 집단적 자치질서를 침해하는 중대범죄이며, 이로 인해 침해된 단결권은 원상회복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법정형을 상향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당노동행위자에 대한 취업제한 입법과 근로감독관집무규정의 구속영장 신청기준 개정도 주문했다. 근로감독관집무규정에 따르면 노조측의 노동쟁의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와 수단을 준수하지 아니하고 불법행위를 주동하는 경우’로 폭넓게 구속영장신청 대상을 인정하면서도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중대 명백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그는 구속영장 신청기준 범죄를 ‘부당노동행위를 한 경우’로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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