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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마사회 노동자 자살, 이제는 멈춰야 할 때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1위가 많다. 그중 심각하게 바라볼 문제는 바로 자살이다. <2019 자살예방백서>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자살 사망자는 1만2천463명으로, 하루 34~3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이고도 가슴 아픈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 중 노동자 자살은 4천231명으로 확인된다. 안전사고로 사망하는 경우도 많지만 업무 스트레스 등 일과 관련한 노동자 자살 역시 심각하다.

정부 역시 심각성을 안다. 2018년 1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국민 안전을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로 삼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며 “2022년까지 자살예방·교통사고·산업안전 등 ‘3대 분야 사망 절반 줄이기’를 목표로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집중 추진하겠다”고 정부 정책 방향을 밝혔다.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와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인식한 것이다. 이를 위해 2018년에는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수립하고 생명존중 문화를 조성한다는 목적으로 민관협의체인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를 발족했다. 지난해 9월에는 1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국무총리 주재로 열어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논의했다. 주요하게 자살 사망자 전수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정책대안을 수립하고 지역사회 중심의 자살 위험군 발굴체계 구축, 자살 시도자·자살 유족 등 고위험군 지원체계 강화 등을 제출했다.

하지만 최근 잇따르는 노동자들의 자살 문제를 들여다보면 과연 정부의 이 같은 대책이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지난해 11월29일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스러져 갔다. 바로 15년째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일했던 문중원 기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그는 세 장의 유서에 “도저히 앞이 보이질 않는 미래에 답답하고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고 남겼다. 도대체 어떤 문제가 그의 미래뿐만 아니라 현재를 암흑으로 만들었을까.

서울·제주·부산에서 경마공원을 운영하는 한국마사회는 1993년 개인마주제 전환과 함께 조교사와 기수·마필관리사의 고용관계를 해지했다. 대신 마주와 조교사를 아웃소싱하고 마필관리사와 기수가 이들과 계약관계를 맺게 만들어 경마산업을 외주화했다. 정규직 노동자였던 기수들은 개별사업자(특수고용 노동자)가 됐다. 또한 문중원 기수가 일했던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경우 2005년 개장했을 때부터 ‘선진경마’라는 경쟁시스템을 도입했다. 비경쟁성 상금은 줄이는 대신 경쟁성 상금을 확대해 경마순위에 따라 임금이 결정된다. 그러다 보니 임금을 비롯한 노동조건은 ‘경쟁’하에 결정되는 것이 당연하게 된다. 이겨야만 살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부산경남경마공원의 이러한 경쟁 시스템은 문중원 기수 사망 이전에 이미 4명의 기수와 2명의 말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기도 했다. 몇 명의 노동자는 유서에 마사회의 문제를 제기했다. 불안정한 다단계 고용구조와 저임금, 왜곡된 선진경마 제도가 결국 사람까지 죽인 것이다.

죽지 않더라도 마사회 말관리사와 기수들은 아프다. 공공운수노조에 의하면 경마공원의 연간 재해율은 13.89%로 전국 평균 재해율의 25배가 넘으며, 이조차 산업재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확인된 것이다. 2017년 박경근·이현준 말관리사가 3개월 간격으로 목숨을 끊은 것을 계기로 진행한 말관리사 관련 특별근로감독에서 5년간(2012~2017년) 응급센터를 통해 후송된 노동자(107명)를 조사한 결과 총 62건의 산재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달 4일 노조가 실시한 서울·부산·제주 기수 대상의 설문조사(전체 기수 125명 중 75명 참여) 결과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음이 마찬가지로 확인됐다. 기수들은 아파도 ‘하루 이상’ 말을 타야 하는 경우가 90%, 조교사에게 부당한 지시를 받은 경험이 59%,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없다”는 응답이 60.3%로 확인됐다. 특히 선진경마를 표방하는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수들은 더욱 상태가 심각했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았는데, 61.1%가 자신이 “매우 건강하지 못하다” 혹은 “건강하지 못하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살펴봤을 때 2017년 두 명의 말관리사 죽음 이후 현장이 개선됐다고 보기 힘들며, 현재 마사회 운영 구조는 노동자들을 아프게 하거나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것, 그 책임은 마사회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낙순 마사회 회장은 당사 홈페이지에 “기업경영 활동에 있어서 안전보건을 최우선으로 하며 전 사업장 안전보건경영 체계를 구축해 말산업 전반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주기적 위험성평가를 통해 노동자·고객 등 국민에게 안전한 시설 제공 및 쾌적한 근무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7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마사회에 어떤 위험성평가가 필요할까. 진단은 됐다. 핵심은 여러 명의 노동자가 자신의 죽음을 통해 변화하길 바랐던 무한경쟁 시스템을 마사회가 개선할 의지가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 역시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 지난해 3월19일 정부는 ‘공공기관 작업장 안전강화 대책’을 확정하면서 중대재해가 있는 공공기관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특히 공공부문부터 안전을 우선하는 문화를 정착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사회는 공공기관이다. 경마가 사행성 도박장이 되지 않도록 운영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마사회는 오히려 노동자 자살이 이어지는 곳이며, 경쟁시스템을 공고히 하고 있다. 더 이상의 노동자 죽음을 막아야 한다. 마사회뿐만 아니라 정부도 책임 있게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와 사회가 노동자 자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 나가는 첫걸음이다.

이나래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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