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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 “기업은행 미래 걸린 싸움, 금융권 낙하산·관치 관행 끊겠다”
▲ 정기훈 기자
요즘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는 매일 아침 전쟁이 벌어진다. 출근을 시도하는 기업은행장을 노동자들이 안간힘을 다해 막고 있다. 정부는 이달 2일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기업은행장으로 임명했다. 금융노조와 기업은행지부(위원장 김형선)는 “금융 관련 전문성이 없는 청와대 출신 낙하산 인사”로 규정했다. 2010년 기업은행 수장에 조준희 행장이 임명됐다. 최초의 기업은행 출신 행장이다. 이를 시작으로 세 번 내리 내부인사가 은행장을 맡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일이다. 기업은행의 새로운 전통이 되는 듯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금융노조와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정책협약 1조2항에는 “낙하산 인사 근절”이라고 쓰여 있다. 지부는 3일 본점 로비에 투쟁본부를 설치했다. 8일로 6일째 출근저지 투쟁을 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이날 오후 본점 지부사무실에서 김형선(43·사진) 위원장을 만났다.

◇“사퇴나 임명 철회로 해결될 문제 아냐”=그는 “정부·여당의 행태에 큰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보통 사람은 사적인 약속도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하물며 대통령이 후보시절 했던 약속을 깨뜨렸다”고 지적했다. 금융노조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맺었던 정책협약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형선 위원장은 “이번 사태로 정부가 금융노동자들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드러났다”고 했다.

“본점에서 일하고 있는 분회장을 중심으로 업무시작 전 출근저지 투쟁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첫날 100명 정도가 참여했는데요. 중간에 날씨 탓에 인원이 다소 줄었다가 다시 처음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참여 여부를 조합원 자율에 맡기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이번 사태에 매우 분개하고 있습니다. 참여자가 점차 늘고 있어요.”

김 위원장은 사태 해결 방안을 묻자 “윤종원씨와는 대화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태를 일으킨 쪽도, 매듭지을 곳도 청와대라는 것이다.

“단순히 윤종원씨가 기업은행장 자리를 포기하거나 정부가 임명을 철회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가 협약 파기에 대해 먼저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합니다. 책임 있는 제도 변경 대책을 내놓아야 하고요. 그래야 대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정부 성공을 위해서라도 양보 못해”=그는 이번 사태를 ‘관치금융’으로 정의했다. 정부가 기업은행을 일반 시중은행과 경쟁하도록 하면서 정작 은행장은 ‘자기 사람’을 앉히려는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시절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 등을 기업은행장으로 내정하자 지금의 정부·여당 인사가 ‘관치는 독극물’이라고 했었죠. 그런데 윤종원씨에 대해선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임명했다고 합니다. 기업은행이 시중은행과 진배없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관치금융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어요.”

김형선 위원장은 최근 한국노총 임원선거에 출마한 기호 1번 김만재 후보측과 기호 2번 김동명 후보측과 만남을 가졌다. 양측 모두 선거 다음날 기업은행 노동자들의 출근저지 투쟁에 합류하는 것으로 첫 행보를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기업은행은 지금껏 내부 행장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며 “기업은행 미래가 달린 투쟁인 만큼 4월 총선 때까지 출근저지를 이어 가고 이후 파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7일 성명을 내고 “정권이 이대로 정책협약을 파기하겠다면 정권 퇴진운동까지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입니다. 낙하산뿐 아니라 금산분리 원칙을 지키겠다는 약속도 파기했습니다.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양보할 수 없습니다. 낙하산 저지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우리은행장·농협중앙회 회장 인사도 곧 이뤄집니다. 이미 관료 출신들이 줄을 서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투쟁은 비단 기업은행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금융권에 만연한 관치와 낙하산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양우람  against@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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