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지난달 17일 삼성전자서비스 부당노동행위 등 사건 판결이 선고됐다. 이 글에서는 서울중앙지법 판결(2019. 12. 17. 선고 2018고합557 등)의 법리상 유의미한 부분을 살펴보고, 소회를 말하려고 한다.

위 판결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의미한 판단이다.

첫째,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의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사용자 판단이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뿐만 아니라 처벌 대상이 되는 부당노동행위에도 적용된다고 봤다. 그리고 삼성전자서비스는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둘째,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에서의 근로자 파견 판단 표지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 수리기사들이 근로자파견 관계라고 봤고, 업무 특성을 고려한 몇 가지 유의미한 판단을 했다. 구체적으로 ① 삼성전자서비스는 자신의 직원으로 인식되는 수리기사들과 그들이 소속된 전국 협력업체를 통일적으로 운영·관리할 필요가 있었고, 여기에 특정 회사인 삼성전자 제품만을 수리하는 업무 특성상 불가결하게 삼성전자서비스 지휘·명령이 전제돼 있으며 ②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에 각종 전산시스템을 제공했는데 이와 같은 전산시스템은 삼성전자서비스가 수리기사들에게 직접 업무를 부여하고 지휘·명령을 한다고 볼 수 있는 중요한 징표이며 ③ 업무 특성상 개별적이고 직접적인 지휘나 작업지시가 필요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④ 원고용주 소속 근로자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가 구별되는지를 근로자파견관계의 판단요소로 삼는 것은 자동차 부품 생산 등 제조업 공정이나 호텔 청소, 관리업과 같이 이들이 같은 공간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셋째, 개인정보 보호법 74조2항 양벌규정은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닌 개인정보취급자에 대하여도 벌칙 규정의 적용대상자를 확장하는 규정이고, 수리기사들의 성향에 관한 정보는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봤다.

넷째, 근로기준법 40조는 비밀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하거나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통신하는 행위 또한 처벌 대상으로 삼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위 판결의 이러한 판단은 이후 다른 사건에서 원용할 수 있는 유의미한 판시라고 생각된다.

한편 위 사건 부당노동행위 고소대리인으로 초기에 관여했던 변호사로서 소회를 말씀드리면 “잘됐다. 안타깝다.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는 세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판결 선고 요지를 전해 들은 처음에는 “잘됐다”가 주된 감정이었다. 헌법을 무시하고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짓밟은 사실이 밝혀지고 그에 대한 처벌이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그 후의 감정은 “안타깝다”였는데, 금속노조가 S문건을 근거로 삼성전자서비스와 삼성그룹을 협력업체 부당노동행위 공범으로 고소한 시기가 2013년이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우연히 삼성측 하드디스크가 압수됨으로써 본격적으로 수사가 시작됐는데 그 전까지 실질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부당노동행위는 사용자 지배영역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무엇보다 검찰의 적극적인 강제수사가 절실히 필요함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마지막 감정은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였다. 대법원 판결 선고 후 보수신문의 한 기사를 보고 든 감정이다. 그 신문은 삼성그룹이 81년 만에 무노조 정책을 포기했는데, 삼성은 그동안 최고 복지와 임금을 통해 직원이 노조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유지해 왔으며, 무노조 정책은 삼성그룹 성장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삼성이 무노조 원칙을 포기하면서 노조설립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돼 우려된다는 취지였다. 정말 후진스러운 기사에 위 판결 양형이유 부분을 언급해 주고 싶다.

“삼성그룹 노사전략의 ‘악성노조 바이러스’ 등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문건에 드러난 피고인들의 노조에 대한 반헌법적인 태도는 일관되고 적나라하다. 이는 조직적인 대규모 부당노동행위라고 할 수 있고, 그 규모와 파급력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향후 이와 같은 반헌법적인 행위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은 노동쟁의와 관련한 우리나라의 역사적 경험과 특유의 현실에 비춰 형사처벌 없이 노동위원회의 사후적 구제명령만으로는 헌법상 근로자의 단결권 등을 제대로 보장하기 어렵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도입된 것이다.”

노동자 두 명이 자살을 하고 생계를 위협받고 조합 탈퇴를 강요받고 개인정보를 탈취당하는 등 큰 고통을 받았지만 여전히 무노조 경영을 칭송하며 무노조 정책 포기를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는 한 이 사회에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은 더욱더 강화돼야 한다. 이제는 제발 노동기본권을 존중하는 것이 공정한 경쟁의 기초이고 국제기준이라는 사실을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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