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영철 변호사(법무법인 민심)

대상판결 : 부산지법 동부지원 2019. 11. 14. 선고 2019가합100867 판결


1. 사건 발생 경위

원고들은 ‘로지’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이하 ‘이 사건 프로그램’이라고 한다)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피고들과 동업계약을 체결했다. 피고들은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접속에 필요한 아이디(ID)를 부여받아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했다. 피고들은 2018년 12월11일 부산광역시장에게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해 설립신고증을 받고 원고들에게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원고들은 위 단체교섭 요구에 불응했다. 원고들은 피고들이 대리운전 영업을 하는 대등한 사업자의 지위에 있을 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므로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들을 상대로 근로자지위부존재확인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 대상판결 요지

1) 원고들이 운영하는 대리운전 영업의 구조

고객이 대리운전을 요청하기 위해 원고들이 운영하는 각 콜센터에 전화를 하면, 콜센터 직원은 이 사건 프로그램에 고객 위치와 목적지 및 원고들이 결정한 요금을 입력하게 된다. 그러면 이 사건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으로 고객과 일정한 거리 내에 있는 원고들을 비롯한 이 사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대리운전업체들의 대리운전기사들에게 그 고객에 대한 정보 중 일부만이 전달되고, 대리운전기사들이 위와 같은 고객에 대한 일부 정보를 확인한 다음, 배정을 받을지 여부를 결정한다. 원고들은 위와 같은 배정방식 외에도 우선배정 방식을 실시하고 있는데, 우선배정은 대리운전기사가 금요일을 제외한 평일 오후 8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30분까지 4회 이상, 금요일 오후 8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2시30분까지 5회 이상 대리운전을 각 수행한 경우, 이후 대리운전 배정을 우선해 주는 방식이다.

2) 이 사건 동업계약의 내용

4조(‘을’의 책임과 의무) ① ‘을’은 고객에게 최선의 친절과 서비스로 안전하게 대리운전을 해야 하며, ‘갑’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언행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⑥ ‘을’은 고객에게서 받는 서비스요금 중 일부(3,000원)를 ‘갑’에게 수수료로 납입해야 하며, 그 수수료는 반드시 선납입해야 한다. 단, 수수료는 서비스요금의 변화, 시장환경 및 지역정서를 고려해서 ‘갑’이 조정할 수 있다. ⑦ ‘을’은 대리운전 배차시스템에 필요한 단말기(PDA)를 준비해야 하며, 출근은 자유며 출근시 프로그램비 500원, 관리비 3,000원을 선납해야 한다. ⑩ ‘을’은 현장콜 운행을 해서는 안 된다. 또한 부득이한 경우 운행 전 ‘갑’의 콜센터에 접수등록한 후 운행해야 한다.

3) 피고들의 업무 수행 방식 및 대리운전비 수수 방식

가) 피고들 등 대리운전 기사가 대리운전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원고들 등 대리운전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대리운전업체가 사용하는 이 사건 프로그램 등 대리운전 접수 및 기사배정 프로그램에 접속해 고객의 대리운전 요청을 전달받는 방식으로 하게 되고, 이와 달리 독자적으로 대리운전 업무 영업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나) 피고들이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원고들이 개설한 가상계좌에 돈을 예치해야 하고, 원고들은 피고들 명의의 가상계좌에서 보험료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수취한다. (중략) 바) 피고들 등 원고들이 운영하는 대리운전업체의 대리운전기사들은 앞서 본 우선배정을 받지 못하면 실제로 대리운전 배정을 거의 받지 못하게 되므로, 우선배정을 받기 위해 대부분 금요일을 제외한 평일은 오후 8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30분까지, 금요일은 오후 8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2시30분까지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하게 되고, 대리운전 배정 요청을 쉽사리 거부할 수 없게 된다.

판단
가) 피고들의 원고들에 대한 소득 의존성
피고들의 대리운전 업무 내용, 대리운전이 주로 이뤄지는 시간, 대리운전 업무 수행에 필요한 시간, 우선배정 방식에 의한 대리운전기사 배정 등에 비춰 볼 때, 피고들이 겸업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고, 실제로 피고들은 원고들에게만 소속돼 대리운전 업무만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 원고들에 의한 이 사건 동업계약 내용의 결정
원고들은 불특정 다수의 대리운전기사들을 상대로 미리 마련한 정형화된 형식의 동업계약서를 사용해 동업계약을 체결했는데, 그 동업계약서에는 이 사건 동업계약의 내용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리운전기사들의 업무 수행 태도 및 방식, 대리운전기사들의 피교육의무와 대리운전 수수료·관리비 납부의무 등 주로 대리운전기사들의 의무사항을 정하면서 원고들에게만 수수료 변경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원고들만이 대리운전비를 결정하고, 피고들에게는 이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전혀 없다.
다) 피고들의 원고들을 통한 대리운전 업무 수행
피고들이 제공하는 대리운전 노무는 원고들의 대리운전 영업 영위에 필수적인 것이고, 피고들 등 대리운전기사들은 원고들 등 대리운전업체를 통해서만 대리운전 영업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라) 원고들과 피고들 사이의 이 사건 동업계약관계의 지속성·전속성
피고들이 원고들과 이 사건 동업계약을 체결한 후 상당한 기간 동안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해 온 것으로 보이고, 원고들에게 상당한 정도로 전속돼 있다.
마)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지휘·감독의 존재
이 사건 동업계약에 의하면 피고들은 정장 또는 정장에 준하는 복장을 착용해야 하고, 안전운행을 하며, 부당요금을 징수해서는 안 되고, 고객응대요령을 숙지해야 하며, 원고들이 시행하는 정책·규칙·업무지시를 따라야 하고,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 교육에 참석해야 하는데, 피고들이 이를 위반하면 2회까지는 주의조치를 하고, 3회 이상부터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정해져 있다.
바) 대리운전비의 근로대가성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들은 대리운전 노무에 대한 대가로 사실상 원고들로부터 대리운전비를 지급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사) 노동 3권 보장의 필요성
피고들 등 대리운전기사들과 원고들 등 대리운전업체 사이의 노무제공관계의 실질과 대리운전기사들의 업무 수행 방식 및 보수 수수 방식 등에 비춰 보면, 비록 그 전속성과 소득 의존성이 약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특정 사업자에 대한 소속을 전제로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고용 이외의 계약 유형에 의한 노무제공자까지도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한 노조법의 근로자 정의 규정과 대등한 교섭력의 확보를 통해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노조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원고들의 사업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원고들과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를 이루고 있는 피고들을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

3. 대상 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12604(병합) 판결에서 학습지교사들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①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②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해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 시장에 접근하는지 ④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⑤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⑥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대법원의 노조법상 근로자 판단기준에 의거해 대리운전기사들이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학습지교사에 이어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를 대리운전기사로까지 확대한 진일보한 판결로 적극 평가해야 할 것이다.

다만 대상판결은 “실제로 피고들은 원고들에게만 소속돼 대리운전 업무만을 수행”한 점을 지적함으로써 여러 곳의 대리운전회사로부터 콜을 받고 업무를 수행하는 대리운전기사들이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는 듯한 판시를 해 약간 혼선을 줄 빌미를 제공했다. 현재 대리운전기사들은 휴대전화에 여러 대리운전업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대리운전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상판결을 잘못 해석하면 이러한 경우에는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을 여지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이러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비록 그 전속성과 소득 의존성이 약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특정 사업자에 대한 소속을 전제로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고용 이외의 계약 유형에 의한 노무제공자까지도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한 노조법의 근로자 정의 규정”에 비춰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실무상 대상판결의 취지를 오인하지 않도록 해석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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