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신용보증기금지부
금융노조 신용보증기금지부는 ‘임원 핵심성과지표(KPI)’ 제도를 운영한다. 금융권 KPI는 주로 노동자의 영업과 업무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을 압박하는 장치로 쓰인다. 임원에게도 KPI를 적용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발상을 뒤집는 일이다.

이 같은 생각은 신용보증기금의 역할이 시대의 화두인 사회양극화 해소에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자부심에서 기인한다. ‘일하는 임원’이나 ‘성과를 내는 임원’이 조직과 경제 발전은 물론 노동자의 복지를 증진시킬 수 있다는 역발상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다동의 한 찻집에서 임원 KPI를 도입해 시행 중인 김재범(44·사진)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 확대와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추진해 든든하고 공정하며, 행복한 신보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임원 임기 법대로=그는 17년차 신보맨이다. “현장의 불합리한 것들을 바꾸고 싶다”는 이유로 4년 전 13대 집행부 부위원장으로 노조활동을 시작했다. 2018년 12월 양자 대결로 치러진 임원선거에서 조합원 55.3%의 지지를 받아 14대 위원장에 당선했다.

지난해 1월 임기 시작과 함께 공공기관의 흔하고 타성에 젖은 관행이 눈에 밟혔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공공기관 임원 임기는 기관장 3년, 이사·감사 2년이다. 이후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횟수 제한이 없다.

“임기 초반 이사 연임 문제로 내부가 시끄러웠습니다. 이사·감사 임기가 공공기관운영법 취지와 다르게 사실상 3년입니다. 거의 모든 공공기관이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2년 더하기 1년’을 보장하고 있어요.”

당시 지부는 1년 임기 연장을 앞둔 임원의 연임 반대운동에 나섰다. 잇따라 집회와 시위를 했다. 현실의 벽은 높았다. 화석처럼 굳어진 관행이 되풀이됐다. 당시 김재범 위원장은 대안으로 임원 KPI 제도를 구상했다. 이사장을 제외한 6명의 임원진을 적용 대상으로 했다. 담당하는 분야별로 각기 다른 평가항목을 만들었다.

지난해 상반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임원별로 KPI를 얼마나 잘 이행하고 있는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내용을 해당 임원에게 전달했다. 현재 하반기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김재범 위원장은 “다른 기관에서는 하지 않는 제도라 초기 임원들의 거부감도 있었지만 ‘책임을 갖고 경영하라는 취지’라고 설득하며 수용성을 키우고 있다”며 “임원들이 기관의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하고, 노동자 경영참여의 일환으로 제도를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극화 해소 구원투수, 정부 지원 부족 아쉬워”=중소기업을 위한 ‘든든한 신보’가 되는 것도 그가 추구하는 목표 중 하나다. 신용보증기금법은 신보 설립 목적을 “담보능력이 미약한 기업의 채무 보증”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로 정의하고 있다.

“보증이라는 무형의 개런티를 부여해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곳이 신보입니다. 보증잔액을 기본재산으로 나눈 운용배수가 법정 한도는 20배, 보통은 10~12배 사이인데요. 1천억원의 자금이 있으면 1조원 이상의 보증을 설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자체조사 결과 신보가 1억원을 보증해 주면 고용창출 유발계수가 1.08명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높은 편입니다.”

김재범 위원장은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이 국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일수록 빛을 발하고 구원투수 역할을 하는 곳이 신보”라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중소기업 육성에 각별한 의미가 있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신보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부족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시중·지방은행을 제외한 금융노조 20개 지부가 참여하고 있는 민주평등연대 의장을 맡았다.

“든든한 신보, 공정한 신보, 행복한 신보라는 큰 틀 안에서 대내외적인 투쟁 이슈를 연대로 돌파할 것입니다. 이사장도 노동존중 경영을 하고 있어 상황이 좋습니다. 본사 대구 이전과 사회적 트렌드에 맞게 근무시간 유연제·스마트워킹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다른 국책금융기관 노조와 함께 박근혜 정부가 후퇴시킨 공공기관 복지 원상회복 운동을 계획 중입니다. 위로가 되는 노조, 따뜻한 노조를 만드는 데 후회가 남지 않도록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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