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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경기남부 근로자건강센터 노동자들 새해 시작부터 ‘고용불안’근로복지공단 산하 병원으로 수탁기관 변경되자 “공개채용 절차 밟아라”
▲ 광주근로자건강센터
광주근로자건강센터에서 6년간 운동처방사로 일한 정옥환씨는 우울한 새해를 맞았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수탁기관이 조선대 산학협력단에서 근로복지공단 순천병원으로 바뀌면서 실업자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새 수탁기관인 근로복지공단 순천병원으로 고용승계가 될 줄 알았던 정씨와 센터 직원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달 27일. 고용노동부·근로복지공단·안전보건공단 관계자들은 이날 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고용승계는 안 된다”며 “계속 일하고 싶으면 공개채용에 응시하라”고 요구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제시한 신규채용 근무조건은 더 황당했다. 1년 계약직에다 센터 근무경력은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연봉은 2천400만~2천500만원(세전). 현재 임금에서 1천만원이나 낮다.

정씨는 “공공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이 센터 운영을 맡는다길래 고용불안은 없을 줄 알았다”며 “채용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공개채용에 응시하라는 것도 무책임하고, 채용되더라도 센터 경력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게 말이 되냐”고 토로했다.

◇“고용승계 전례 있다” vs “특혜 논란 우려”=5일 센터에 따르면 수탁기관이 바뀌는 과정에서 간호사·심리상담사·운동처방사·산업위생기사·물리치료사 등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곳은 광주근로자건강센터와 경기남부근로자건강센터다. 두 곳 모두 올해 1월1일자로 수탁기관이 대학 산학협력단(조선대·한림대)에서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병원(순천병원·안산병원)으로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고용승계가 아닌 공개채용 방식을 택하면서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근로자건강센터에서 일하면서 경험과 전문성을 축적한 노동자들을 놔둔 채 신규로 공개채용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가 개소한 2011년부터 일한 산업위생기사 박인숙씨는 “전남대 산학협력단에서 2012년 조선대 산학협력단으로 바뀔 때도 모두 고용승계됐다”며 “민간에서도 고용승계를 하는 마당에 공공기관에서 이럴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형재 경기남부근로자건강센터 사무국장은 “2014년 센터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6년간 일했는데 모든 걸 부정당한 느낌”이라며 황망해했다.

노동부는 난감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탁기관이 민간에서 민간으로 변경될 때는 해당 수탁기관에 고용승계를 권고하고 있지만, 민간에서 공공기관으로 바뀌는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설명회를 주관했던 노동부 관계자는 “근로복지공단에는 제한경쟁이나 특채 조항이 없다”며 “고용승계를 할 경우 특혜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이 공개채용에 지원해도 채용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근로자건강센터 근무 경력에 가점을 주거나 우대하는 조항이 없는 탓이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센터 근무 경력에 가점을 주지 않는다”며 “그래도 외부 심사위원들이 서류심사를 할 때 센터 근무 경력을 좋게 보지 않겠냐”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의 선의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센터 근무 경력 불인정 논란=근로복지공단이 제시한 근무 조건도 기존보다 떨어진다. 1년 기간제로 연봉이 세전 2천400만~2천500만원이다. 센터에서 일했던 경력은 인정해 주지 않는다. 센터에서 길게는 6~8년간 일하며 3천500만~3천800만원의 임금을 받았던 직원들에게 ‘1년차 기간제’로 돌아가라는 말이다.

이런 상황이 답답한 것은 당사자만이 아니다. 최근까지 이들과 함께 일했던 송한수 전 광주근로자건강센터장(조선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과 정경숙 전 경기남부근로자건강센터장(한림대성심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은 “직원들의 고용보장을 의심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정경숙 전 센터장은 “근로자건강센터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시·지속업무를 하는 곳인데, 업무 주체가 바뀌었다고 노동자들의 고용이 왜 불안해져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송한수 전 센터장은 “(근로복지공단이 제시한) 이 정도 임금수준이면 공개채용을 해도 경력직은 안 올 것”이라며 “숙련자들이 빠진 상태에서 공단이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8명)와 경기남부근로자건강센터(8명) 노동자들은 이달 2일과 3일 각각 센터로 정상출근했다. 이들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 출근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영만 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당장은 호봉(경력) 인정이 안 돼 불만스럽겠지만 근로복지공단 병원이 센터를 운영하면 장기적으로 직원들의 고용은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일 것”이라며 “다시 한 번 현 상황을 설명하고 직원들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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