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업장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불평등 고용계약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울리고 있다.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노조결성이나 쟁의행위 등기본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일방적인 해고도 감수하도록 사업주가 사실상탈법적 고용계약서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평등 고용계약 실태=ㅈ은행에 계약직 사원으로 입사하려면 고용계약서 이외에도 서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그러나 서약서에는 정리해고가 명문화돼 있으며 단체행동이 원천적으로봉쇄돼 있다. 이 은행 서약서 6항은 ‘행내에서 단체행동, 단체를 결성하는행위 또는 가입하는 등의 행위를 일절하지 않겠다’ 고 규정하고 있다. 8조는 ‘은행사정에 의해 본인과의 고용계약을 해지해도 하등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 고 못박아놨다.

또 ▲사내 하청업체와의 근로계약서에 ‘회사가 원할 때는 언제든지 퇴사한다’ 고 한 ㄷ조선 ▲‘노동쟁의행위 등 유사한 행위로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한다’ 는 ㄷ공사 ▲시설관리업체와의 계약에서 ‘경비원은 학교측 실정에 따라 각종 긴급동원에 협조해야 하며 이를 이유로 추가반대급부를 요구할 수 없다’ 는 ㅅ대학 등 불평등 계약사례는 비정규직이있는 곳에 만연하고 있다.

숭실대 경제학부 조준모 교수는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노동정책연구 창간호에 발표한 ‘비정규직 노동계약과 고용보호의 딜레마’ 라는 글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사용자들이 비용 절감, 책임 회피 등을 위해 임시·일용직근로자를 1년 이상 탈법·불법으로 고용하기 때문에 생긴다”면서 “불리한계약으로 피해를 보는 비율은 5인 이상 사업장 임금근로자의 11.1%에 이른다”고 밝혔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문제는 비정규직의 개념이 모호하고 광범위해 ‘표준고용계약서’ 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비정규직 대책 논의도 이 점을 포함해 근로기준법과 파견근로자 등에 관한 법률 등 관련법 개정과 비정규직보호 판례를 통한 근로감독 강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조진원 사무국장은 “반복갱신된 유기근로계약자의 정규직화, 근로사유를 제한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같은 고용형태에의한 차별 금지 조항을 근로기준법 개정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숭실대 조교수는 “근로감독체계 개선과 같은 노동시장 인프라 개선과함께 적절한 계약사항에 대한 사용자의 성실한 의무 이행을 유도하기 위해노동계약상의 의무사항을 명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사정위원회 비정규직 특위 이호근 전문위원은 “30인 이하 사업장의경우 근로계약서 작성률이 12%에 불과하다”며 “무엇보다도 계약서 작성의무와 근로감독 강화 등을 통해 노동시장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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