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전태일50주기준비위원회 참가단체들이 2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전태일 열사 묘역 앞에서 전태일 50주기 운동을 선포하는 합동시무식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며 전태일 열사가 분신항거한 지 50년이 되는 올해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소외받고 차별받는 모든 사람들, 국민과 함께하는 ‘전태일 50주기 운동’을 시작한다. 50주기 운동의 열쇳말은 ‘작은 사업장 권리 보장’ 그리고 ‘나눔과 연대’다.

2020년에도 유효한 전태일 정신

2020전태일50주기준비위원회(전태일준비위)가 2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전태일 열사 묘역에서 참가단체 합동시무식을 열고 전태일 50주기 운동 구상을 밝혔다. 이날 합동시무식에는 전태일재단과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전태일준비위 참가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씨와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씨도 함께했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인간해방·노동해방을 위해 목숨을 내던진 전태일 열사의 죽음을 다시 한 번 새기는 해가 됐으면 한다”며 “우리 사회를 바꿔 나가는 길로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노력하자”고 호소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전태일 열사 50주기인 올해 출범 25주년을 맞은 민주노총은 명실공히 100만 조합원의 가장 큰 노조 조직이 됐다”며 “민주노총이 양적 성장에 맞는 사회적 책임과 연대의 책임을 다하는 게 전태일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태일 열사의 저항과 연대 정신을 계승해 한국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처음 모란공원에 왔을 때 노동운동을 하다 억울하게 죽은 노동 열사들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며 “여기 묻히신 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게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더 이상 노동자들이 용균이처럼 일하다 죽지 않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덧붙였다.

조돈문 노회찬재단 이사장은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 지 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근로기준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곳이 많다”며 “세상은 그냥 변하는 게 아니다. 모두가 풀빵연대 정신으로 똘똘 뭉친다면 평등하고 공정한 세상은 하루빨리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대 노총 함께하는 ‘5명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전면적용’ 운동

전태일준비위는 양대 노총을 비롯한 참가단체들과 5명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을 요구하는 제도개선 운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근기법 조항 중 연차유급휴가·연장근로수당·생리휴가·휴업수당 지급 조항과 부당한 해고·징계·인사발령 제한·직장내 괴롭힘 금지 같은 내용은 5명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영세 사업장 노동자일수록 불합리한 상황에 쉽게 노출되는 만큼 5명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전면적용이 시급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전태일준비위 관계자는 “5명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전면적용 운동이야말로 어린 여공들을 위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산화하신 전태일 열사 정신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비정규직·여성·청년·이주노동자를 위한 ‘풀빵기금’ 마련도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자신 또한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가난한 봉제노동자였음에도 배고픈 어린 여공들을 위해 차비를 털어 풀빵을 사 줬던 전태일 열사의 나눔과 연대 정신, 이른바 ‘풀빵정신’에 착안한 사업이다. 10억원 이상 기금 마련을 목표로 한다. 3월께 기금모금위원회를 발족하고 5월1일 노동절 즈음해 본격적인 모금운동에 들어간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올해 11월 개봉을 앞둔 극장판 애니메이션 <태일이> 제작비 모금운동과 관람운동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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