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지난달 25일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은 2018년보다 1.1%포인트 증가한 11.8%로 집계됐다. 전체 조합원의 41.5%(96만8천명)가 민주노총 소속이다. 민주노총은 1995년 결성 이후 최초로 공식통계에서 1노총 지위를 차지했다.

이 발표에 반응이 가장 뜨거운 곳은 보수언론들이다. ‘기업 쪼그라든 마당에 민노총만 급성장, 이게 정상인가’(세계일보), ‘재계, 기울어진 운동장 더 기울어질 것’(동아일보), ‘노조 조직률 한국만 역행’(한국경제), ‘문 정부서 노동권력 역전’(중앙일보), ‘마침내 민노총이 국내 1위로, 민노총만 축제’(조선일보) 등 노조 조직률 상승에 부정적 기사들이 쏟아졌다. 이들은 주요 선진국들의 노조 조직률이 하락하는 데 비해 한국만 조직률이 오르는 것이 문제인 것처럼 진단하면서, 갈수록 경영사정이 어려워지는 기업에 노조 조직률 증가가 더 큰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 냈다.

황당하게까지 느껴지는 주류언론의 반노조적 시각은 우리 사회에서 노동기본권이 처한 현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노조의 존재는 기업이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데 걸림돌이 되며, 노동자들의 자주적 단결을 억압하는 법·제도·관행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자본의 목소리에 귀가 멍멍할 정도다.

그러나 언론들이 말하지 않는 진실이 있다. 헌법에 보장된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무력화시키는 법·제도는 문재인 정권에서도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리운전기사 등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신고는 여전히 반려되고 있으며, 해고자가 포함돼 있다는 구실로 전교조는 6년째 법외노조 상태다.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근로로 인정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진짜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노동위원회·법원에서는 원청이 사용자가 아니라고 한다. 10년째 노조파괴에 맞서 싸우고 있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활용한 노조파괴도 계속되고 있다.

한계가 있긴 하지만 공식통계도 이런 조직률 진실의 이면을 보여준다. 조직률 산출에서 분모에 해당하는 조직대상 노동자수는 ‘임금 노동자 수에서 노조 가입이 금지되는 노동자(5급 이상 공무원, 군인·경찰 등)를 제외한 수’다. 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특수고용 노동자, 노조 결성이 금지되는 공무원·교원 등은 분모에서 빠지므로 노조 조직률은 항상 과대추정될 수밖에 없다. 16년 만에 10% 조직률을 넘었다고 해도 이는 과대추정된 수치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여전히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전체 조합원의 과반이 300명 이상 대기업에 몰려 있으며, 조직대상 노동자의 20%가 일하는 30명 이상 100명 이하 기업의 조직률은 2.2%, 조직대상 노동자의 60%가 몰려 있는 30명 미만 기업의 조직률은 0.1%에 불과하다. 사실상 무노조지대가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노동자의 80% 이상이 일하는 곳에 노조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노동 3권을 억압하는 법·제도·관행의 존재 말고는 설명이 어려운 비정상적 상태를 보여준다. 그나마 노동자 다수가 한곳에 모여 일하고 고용이 어느 정도 안정돼 있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버텨 낼 수 있는 사업장에서나 노조의 조직과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노동정책 후퇴를 이야기하지만 노동 3권 보장과 관련해서는 의미 있는 노력조차 진행된 바 없다. 아니, 헌법과 국제노동기준에 맞도록 단결하고 단체교섭·단체행동을 할 권리를 국가가 억압하지 말고 노동자의 자유로서 보장하라는 원칙조차 무시하는 노조법 개악안을 제출했을 뿐이다.

2020년대를 시작하면서 노동기본권을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특수고용·간접고용·플랫폼 불안정 노동자들이 ‘노조법 2조 개정’을 공동요구로 내걸고 사회적 운동을 만들 것을 결의하고 있다.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실현하고, 노동을 통해 이윤을 얻는 사업주가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만드는 것이 이 운동의 목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조직률 상승은 문제가 아니다. 일하는 사람의 80% 이상은 노조를 꿈도 꿀 수 없는 현실, 자신의 노동조건을 지배하는 진짜 사용자를 상대로 단결할 수 없는 현실이 문제다.

노동권 연구활동가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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