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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언숍 조직강제 수단인가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29일 오후, 동네 뒷산에서 내려오고 있는데 한 신문사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건설사업장에서 조합원 채용을 요구하는 건설노조 ‘갑질’을 취재하면서 궁금한 것이 있다며 물었다. 내게 묻는다는 것은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알고 싶고, 내 답변 중 쓸 만한 것이 있으면 아무개 변호사가 이렇게 말했다고 기사에 쓰고자 하는 그의 속셈을 들여다보면서 대답해 줬다. “노조가 조합원의 고용을 챙긴다는 것은 당연히 할 일이고, 우리의 법·제도가 보장해 주지 않아서 ‘갑질’로 취급당하는 것이며, 차라리 숍제도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걸 제도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말하면서 조합원만 고용하도록 하는 클로즈드숍(Cloded Shop), 조합원이 아니면 해고하도록 하는 유니언숍(Union Shop) 등 노동조합의 조직강제 수단으로서 숍제도에 관해서 설명해 줘야 했다. “우리의 경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일정한 유니언숍만 허용하고 그 외 조직강제 수단으로서 숍제도가 부당노동행위로 규제돼 금지되니 ‘갑질’ 운운하는 것인데 금지 않고 노사 간 자율적으로 교섭해서 정하도록 보장한다면 문제될 일이 아니라고, 오히려 건설현장에서 심각한 충돌도 벌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말로 기자와의 통화를 마무리하면서 나는 일요일의 게으른 산행을 마쳤다.

2. 사실 이날 내가 숍제도를 꺼내 답변을 하게 됐던 것은 지난 24일 유니언숍 협정 효력에 관한 대법원 판결 때문이다. 한 언론사 기자로부터 그 판결의 의미를 말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서 급히 판결 내용을 찾아봤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금남여객운수 주식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의 소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근로자측 손을 들어줬는데, 그 판결이유는 “신규 입사한 근로자가 유니언숍 협정을 체결한 지배적 노동조합에 대한 가입 및 탈퇴 절차를 별도로 경유하지 않고 곧바로 소수노조에 가입했어도 사용자가 유니언숍 협정을 들어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썼다.

현행 노조법은 일정한 조건에서 유니언숍 체결을 허용하되, 다만 “사용자는 근로자가 그 노동조합에서 제명된 것 또는 그 노동조합을 탈퇴해 새로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다른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때에는 해고할 수 없도록 해서 적용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81조2호 단서). 이 법규정을 형식적으로 보면 조합원이 됐다가 다른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하려고 탈퇴하는 경우는 유니언숍 협정이 적용되지 않지만, 처음부터 조합원이 되지 않고 신규 입사자가 다른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하게 되면 이를 적용해 해고해야 한다고 읽을 수 있다. 이래서 제주 금남여객운수에서 사건이 벌어졌던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단서규정은 노조법에 없었다. 기업 단위 복수노조 허용을 앞두고서 2006년 12월30일 개정을 통해 다른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하는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도록 한 이 규정이 도입됐다. 그 이전에는 다른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하기 위해 탈퇴하는 조합원을 유니언숍 협정에 따라 해고한 경우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당시 그 해고자는 다른 노조에 가입하는 경우까지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주지 않았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0카기183 결정). 이렇게 법규정을 그 문언대로 읽었던 이 나라 법원이기에 ‘이번 사건에서도 유니언숍이 적용된다고, 그래서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단하지 않을까’ 하고 여겼을 수도 있다. 2010년 기업 단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고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시행된 직후, 이에 대한 노조 대응을 교육하면서 나도 교섭대표노조 지위 확보를 위해서 유니언숍을 체결해 두는 것이 유용하다고 말했다. 기존 조합원 탈퇴는 막지 못하지만, 신규 입사자를 일단 조합원으로 할 수 있으니 교섭대표노조 지위 확보를 위해서는 단 한 명의 조합원이라도 필요한 상황에서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교육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런 해석을 거부했다. 신규 입사자도 곧바로 다른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할 수 있다고 유니언숍에 관한 위 단서규정을 해석했다.

3. 어찌 보면 그저 불필요한 가입과 탈퇴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 것에 지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어차피 가입했다가 탈퇴하나, 가입하지 않고서 곧장 하나 그게 그거 아니냐고 이번 판결에 대단한 의미를 두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조직강제 수단으로 남아 있는 숍제도가 그 생명을 다하고 있음을 선언한 것이다. 이렇게 나는 특별한 의미로 읽고 싶다. 이제 유니언숍은 이를 적용해 해고할 것 같으면 다른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하겠다고 하면 그만인 노동자 조직강제로서 별 볼 일 없는 제도가 되고 만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렇게 이번 대법원 판결을 읽고 나니 갑자기 법이 “당해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 3분의 2 이상”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일 것을 유니언숍 협정 체결의 요건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합당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조직강제 수단으로서 제대로 기능하지도 못하도록 정해 놓고서 매우 엄격하게 체결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는 건 입법적으로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 어차피 다른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하기만 하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니 그저 노사 간 교섭을 통해 자유롭게 체결할 수 있도록 보장해도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보장해도 소극적 단결의 자유, 즉 노동자가 단결하지 아니할 자유를 위헌적으로 침해하게 된다는 보게 될까 싶다. 2005년 헌법재판소는 다른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하기 위해 탈퇴한 경우 적용하지 않도록 한 위 단서규정이 도입되기 전의 노조법상 유니언숍에 관해서 노동자가 단결하지 아니할 소극적 단결의 자유를 본질적인 내용이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05. 11. 24. 선고 2002헌바95·96, 2003헌바9 결정). 이런 헌재 결정을 통해서 보더라도 위 단서규정이 도입돼 유니언숍이 별 볼 일 없는 조직강제 수단이 된 상황에서는 그 체결 요건을 대폭 완화해도 헌법 위반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유니언숍뿐만 아니라 노동자 조직강제 수단으로서 활용되는 각종 숍제도까지 다 꺼내 놓고 그 허용을 전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위 헌법재판소 결정을 앞두고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참여했던 기억이 있다. 노동자에게는 소극적 자유보다 적극적 자유를, 즉 단결하지 아니할 자유보다 단결할 자유를 더욱 보장하는 것이 헌법의 단결권 보장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유니언숍은 위헌이 아니라고 토론했다. 15년이 지난 오늘 다시 토론해도 나는 같은 말을 할 것이다.

4.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당장 큰 파장을 몰고 올 것 같지 않다. 우리 노동현장에서 이번 판결의 법리가 적용돼 유니언숍이 조직강제 수단으로서 유용하지 않게 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것 같지 않다. 그야말로 유니언숍 협정이 체결된 사업장 단체협약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차 등 귀족노조라는 비난까지 받는 조직력 있는 노조조차도 사용자의 해고 의무가 있는 유니언숍은 단체협약에서 찾기 어렵다. 유니언숍이라는 조문 제목도 없이, 대부분 ‘입사와 동시에 조합원이 된다’는 정도의 협약규정이 있을 뿐이다. 돌이켜보면 유니언숍 등 숍제도는 우리 노동운동과 다소 거리가 있다. 그건 노조민주화를 위한 요구도 아니었고, 특별히 사용자에 대한 노조활동 보장을 위한 요구에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 그러니 사용자와 원만한 사이인 노조가 체결하는 협정으로 여기고, 사용자와 투쟁하는 자주적인 노조가 체결하는 협정이라고는 여기지도 않는 것이다. 그래서 법도 별 볼 일 없이 규정하고, 법원도 그렇게 판결하고 있는 것인가. 노동자에게 단결의 자유, 단결권은 적극적으로 단결할 자유를 빼고서는 존재할 수가 없다. 단결하지 않을 자유는 굳이 단결의 자유, 단결권을 노동자의 기본권으로 헌법이 규정하지 않았어도 노동자는 국민에게 보장되는 결사의 자유로도 얼마든지 행사할 수 있었다. 오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모두 조합원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자랑해도, 전체 노동자의 조직률은 아직 10%대 초반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조직률이 높은 것이 아닌데도 국가가 법률로 노동자의 조직강제 수단을 제한해도 아무렇지 않게 여길 정도로 이 나라 노동운동은 관심이 없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불리하고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유리한 것도 아니고, 그 반대도 아니다. 특정 노조 가입강제는 아니라도 어느 노조라도 가입을 강제하는 숍제도 보장을 위해 오늘은 말하고 행동할 때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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