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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노동자의 편안한 미래를 바라며안현경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 안현경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매년 그렇지만 12월이면 어김없이 ‘시간이 참 빠르네. 점점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12월은 왠지 모르게, 올 한 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어떻게 살았는지 돌아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달이다. 아마 올해는 2010년대의 마지막 해이기 때문에 이런 느낌이 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얼마 전 인터넷에서 1990년대 사람들이 상상한 2020년에 대한 내용을 봤던 것이 떠올랐다. 그 당시 상상한 2020년에는 ‘식당에 가기 전에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메뉴를 확인해 예약을 할 수 있고, 은행에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이체를 할 수 있으며, 자동차에서 화상통화도 하고 실시간 도로를 분석해 주는 시스템으로 빠른 길을 찾을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영상을 볼 수 있는 등’의 내용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수년 전부터 과거에 상상했던 일이 실현되고, 과거에는 미처 상상하지도 못한 일까지 실현된 시대에서 많은 것을 이용하며 편리하게 살고 있다. 그리고 요즘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는 것 중 손에 꼽을 수 있는 것은 ‘택배와 배달’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의 택배와 배달은 가히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다. 손가락으로 몇 번 클릭하면 집 앞까지 내가 원하는 옷이나 가전제품이 며칠 내에 배송된다. 덥거나 추운 날씨에는 굳이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집 앞까지 먹고 싶은 음식이 온기를 머금은 채 바로 배달된다. 심지어 요즘엔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아침을 준비할 수 있는 신선한 채소·과일 등을 받아 볼 수 있는 새벽배송과 적은 양의 물건이라도 대신 배달해 주는 서비스까지 생겼으니, 우리 삶은 그야말로 돈만 있으면 적은 시간과 노력으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세상 편한 삶이 됐다.

그러다 문득 ‘편한 삶을 살게 된 우리에는 모든 사람이 포함돼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편한 삶을 살게 된 ‘우리’에 ‘소비자’는 포함되지만, 그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는 포함되지 않는 건 아닐까? 이렇게 소비자의 삶은 점점 편해지고 기술의 발전으로 세상이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 변화된 일자리에 투입되는 노동자의 노동환경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됐나?

물론 기술의 발전으로 안전하고 편리하게 변한 노동환경도 있고, 더 나은 노동환경을 위한 노력도 지속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변화된 노동시장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일자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기존 노동관계법에서 제시하는 근로자성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된다.

택배와 배달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경우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설령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인정되지 않더라도 현행 노동관계법하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형태로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거나,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특수고용’이라는 불안정한 지위에서 노동자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사고 등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소비자가 편히 여가를 즐기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 더 바쁘게 더 많이 움직여야 하는 장시간·야간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아직 개선해야 할 노동자의 노동환경은 너무 많다.

또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클릭 몇 번으로 원하는 것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세상에서, 그 과정에 투입되는 보이지 않는 노동은 노동의 가치도 낮게 평가되거나 잊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잠들어 있는 순간에 이뤄지는 노동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분명 존중받아야 하는 가치 있는 노동임에도 말이다.

앞으로의 10년, 20년 뒤 우리의 삶은 분명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많은 발전과 변화가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러한 발전과 변화에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삶도 함께 포함돼 있길 바란다.

끝으로 매년 소망하듯, 새해에는 더 나은 삶으로 채워지길 바라고, 모두 행복한 한 해가 되길 바라며, 부디 사랑하는 사람들과 억울하게 이별하지 않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올 한 해도 수고한 그 모든 노동에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안현경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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