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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투자기관들 ‘생존’ 위해 친환경 금융 변신노동계 ‘녹색 단체협약’으로 확산 추진 … “산업 패러다임 변화” 기대
요즘 부산은행에서는 좀처럼 ‘종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회사는 관리자들에게 태블릿PC를 나눠 주고 각종 서류를 전자결재하도록 했다. 회의도 대부분 종이 없이 이뤄진다. 최근 완전한 종이 없는 사무공간 구현을 위해 내부 프로세스 구축을 마쳤다. 내년부터는 종이 없는 대고객 서비스를 추진한다.

“조합원들이 아주 좋아합니다. 사실 종이 서류가 필요한 사람은 나이가 있는 관리자들이거든요. 페이퍼가 발생하는 순간 관리와 이동 문제가 생겨요. 종이가 없으면 업무효율성이 높아지고 직원들의 노동강도가 줄어듭니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정착에 도움이 되고 있죠.”

백병훈 금융노조 부산은행지부 부위원장이 직원들의 반응을 전했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9월 친환경 경영 실천을 위해 ‘그린뱅크(Green Bank)’를 선포했다. 세부 이행계획 중 하나가 ‘종이 없는(Paperless) 친환경 업무시스템 구축’이다. 비슷한 시기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과 공무원연금공단이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최근 DB손해보험이 여기에 동참했다. 대형 시중은행들도 생존전략으로 생태 금융에 눈길을 주고 있다. 노동계도 호응한다. “친환경 금융이 산업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기대하며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국제사회 환경파괴 금융기관에 족쇄”=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사무금융노조·연맹은 두 달 전 일본 생명보험노련·손해보험노련과 간담회를 열었다. “일본 노조간부들은 동북지방 대지진 이후 풍수해 보험시장이 급속히 성장했다고 얘기하더군요. 기후변화는 금융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금융기관이 자금 흐름을 어떻게 제어하느냐에 따라 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고요.” 당시 간담회 참석자의 전언이다.

영국의 니콜라스 스턴 런던정치경제대 교수는 “인류가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매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20%가 감소할 수 있다”고 예견했다.

국제 금융권이 환경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와 금융기관들이 참여해 2003년 6월 도입한 ‘적도원칙’이 대표적이다. 환경파괴 요소가 있는 사업에는 1천만달러 이상을 투자하지 않는 내용이다. 현재 전 세계 38개국, 101개 기관이 적도원칙을 지키고 있다. 한국에서는 산업은행이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프랑스가 주목받는다. 프랑스는 2015년 에너지전환법을 제정했다. 법에 따라 은행과 금융기관은 자신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할 때 기후변화 요소를 반영하고 그 결과를 연차보고서에 담아야 한다. 기관투자자의 경우 투자의사결정 과정에서 투자 대상의 환경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석탄자본 투자기관 자산가치 반토막 될 것”=국내 금융사들이 환경에 눈을 돌린 때는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이다.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국가 비전인 ‘녹색성장’에 발을 맞췄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당시 여러 금융기관들이 녹색·저탄소·친환경 금융을 선언하고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았는데 사실 본질은 그대로인 채 정부 압박에 시늉만 냈던 것”이라며 “최근 움직임과는 본질과 내용 면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부산은행은 친환경평가 우수기업에 대출금리를 0.5% 감면하고 있다. 최근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정한 ISO 14001(환경경영시스템)을 취득했다.

현승근 부산은행 사회공헌홍보부 차장은 “최근 환경에 대한 이슈가 많고 은행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친환경 경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비전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5월 적도원칙에 가입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내년 초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를 추진한다. 이 같은 바람이 금융기관이 스스로 생존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환경 문제는 전 세계적 관심사다. 2015년 유엔 회원국들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정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결과 세워진 금융안정위원회(FSB)는 2017년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TCFD)를 권고했다.

이종오 사무국장은 “국제 정세와 대외적인 환경 변화는 정부에 친환경·재생 에너지 관련 법과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도록 만들 것”이라며 “기존 석탄자본에 투자한 금융기관의 자산가치가 100이라면 전환리스크 탓에 향후 50으로 줄어들 수 있어 금융회사들이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친환경에 관심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에게 ‘환경보호 투자’ 의무를”=금융노동계도 움직임을 보인다. 사무금융노조는 내년부터 ‘녹색 단체협약’ 체결을 추진해 변화를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단협 문구를 마련 중이다. 사용자에게 ‘환경보호 투자’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노사가 ‘ESG 평가지표’를 함께 마련하고, 이에 기반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자고 요구할 계획이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이다. 2000년 영국을 시작으로 여러 국가가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생태’ 개념을 강령에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김경수 노조 정책기획국장은 “환경은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에게서 빌려 쓰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 세대에서 끝날 수 있다는 세계적인 위기감이 있다”며 “금융기관들이 투자자로서 역할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이 어디로 자금을 중개하느냐에 따라 그 산업은 발전할 수도 있고 제어될 수도 있다”며 “금융권 노사가 녹색 단협 체결을 통해 전체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양우람  against@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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