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 첫해 소득주도 성장을 구현할 견인차로 보였다. 그해 2018년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로 역대 최대인 1천60원 올랐다. 인상률 역시 2000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16.4%를 기록했다. 등에 날개가 달린 듯 보였다. 지난해에도 10.9%로 나쁘지 않았다. 재계와 보수정당은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를 망친다”며 연일 십자포화를 쏟아 냈다. 손사래를 치는 사람이 많은데도 자영업자를 앞세웠다. 그런 상황에서 두 자릿수 인상률은 선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예상대로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를 망친다”는 주장은 마타도어로 판명 났다.

정부는 그러나 체력에 한계를 드러냈다. 반대진영 공격에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초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결정기준에 기존에 없던 ‘경제 상황’을 포함시켜 노동계 반발을 샀다. 정부의 한발 물러선 태도는 최저임금 결정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줬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20년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 2.87% 인상한 8천590원으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이 전원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대선후보 시절 2020년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문 대통령은 고개를 숙였다. 만일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최저임금위는 구간설정위와 결정위를 각각 운영하게 된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불가능한 결정구조다. 그렇게 되면 생활임금에 근접하는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은 사실상 요원해진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 주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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