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동의안과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국회 벽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보수야당이 노동기본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과 기본협약에 반대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법을 개정한 뒤 비준하는 ‘선 입법 후 비준’ 방식을 고수했다. 노동계는 “정부의 비준의지가 의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정부는 비준과 법 개정을 동시에 추진했다. 올해 10월 ILO 강제노동(29호) 협약,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98호) 비준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공익위원안을 토대로 했다.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지어 ILO 기본협약과 무관한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연장하고 사업장 점거 쟁의행위를 제한하는 내용까지 넣었다. 노동계와 재계는 정반대의 이유로 반발했다.

국회는 각종 정치현안을 이유로 정부가 제출한 비준동의안과 법 개정안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것 역시 예견된 결과였다. 내년 4월에는 21대 총선이 치러진다. 20대 국회에서 ILO 기본협약 비준동의안과 법 개정안 처리는 물 건너갔다는 뜻이다. 유럽연합(EU)은 “한국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상 ILO 기본협약 비준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30일부터 무역분쟁 해결을 위한 마지막 절차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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