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오자마자 햄버거를 저한테 던지는 거예요. 던진 햄버거를 맞고서 ‘죄송해요’ 이러고 있었는데 ‘이거 버거 만든 애 누구냐. 당장 데리고 나와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주방에 있던 오빠랑 저랑 매니저님이랑 나와서 사과했어요. 매장 직원들끼리 ‘그냥 기분 풀어 줘서 보내자’고 입을 맞춰서 (새로) 만들어서 드렸어요.”

“그냥 하대하시는 손님이 너무 많아요. 넌 나보다 밑에 있다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깔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반말을 하죠. 또 계산할 때 카드를 내던져요. 그런 사소한 행동들이 일할 때 상처로 남아요.”

감정노동자 보호조치가 담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됐지만 청소년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여전히 고객의 폭언과 갑질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청소년유니온은 9월부터 세 달간 만 15세에서 만 18세 청소년 감정노동자들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청소년 감정노동자 25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10명은 면접조사했다.

응답자 34% “고객응대 지속 여부 결정 못해”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1.9%가 고객·상사·동료에게 과도한 감정노동을 요구받았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58.33%는 일터에서 감정노동을 못한다는 이유로 주의(혼남)를 받았다. 폭언·폭행·따돌림과 같은 직장내 괴롭힘이나 임금삭감·임금체불, 해고를 당한 사람은 6.75%였다.

심한 감정노동에 청소년 노동자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감당하기 어려운 고객응대 상황에서 응대를 지속할지 말지 결정할 수 없었다는 응답자는 34.52%였다. 일터에 고객응대 매뉴얼이 마련돼 있거나 관련 교육을 받았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답한 비율은 30.16%였다.

감정노동으로 발생한 스트레스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절반이 넘는 52.78%였다. 일하고 난 뒤 자신의 감정상태가 어떤지를 묻는 질문엔 “원래는 감정을 잘 드러내고 친구들에게 티를 많이 내는 편이었는데 알바를 시작하고 나서는 화가 나도 웃고, 슬퍼도 웃을 정도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스트레스가 쌓여 간다”거나 “피곤하고 빨리 집에 가고 싶고 굳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벌어야 하나 싶다” “힘들고 지치는데 마음까지 아파서 다음 알바 갈 때까지 짜증 나고 화가 난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성희롱을 당하거나 표정과 말투, 외모를 지적받았다는 응답자들도 있었다. 응답자들은 “팁을 주면서 허리나 엉덩이를 툭툭 건드린다”거나 “너 목소리 그렇게 하면 너 자르고 다른 애 구한다. 어린 게 잘하라는 말을 들었다” “댄스 전공인데 연습 끝나고 바로 가면 화장이 진하다고 하거나, 아파서 민낯으로 가면 입술은 발라야겠다는 말을 듣는다”고 말했다.

힘들어도 “웃으면서 대응하고 혼자 삭여요”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노동자가 고객에 의해 불합리한 상황에 있을 때 이를 제지할 것을 권고한다. 하지만 27.39%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객 응대 상황에서 상사나 동료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고 답했다. 일부 응답자들은 “그냥 고객에 맞춰 줄 수밖에 없었다”거나 “웃으면서 대응하고 혼자 삭였다” “고객이 우선이니까 무조건 죄송하다는 말만 했다”고 밝혔다.

청소년유니온은 “면접조사에서는 이같은 문제 상황에서 올바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소하려고 하는 관리자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오히려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조하거나 해당 상황을 외면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유니온은 청소년 노동자를 대상으로 감정노동 관련 대응이 포함된 노동인권교육을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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