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사용자의 노조 운영비 지원금지 조항의 효력이 31일 사라진다. 국회 직무유기로 입법공백이 우려된다. 내년 단체교섭에서 노조 운영비 지원·편의제공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조법 81조(부당노동행위) 4호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지 1년6개월이 지나도록 국회가 법 개정을 하지 않고 있다. 내년 1월1일이면 무효가 된다. 해당 조항은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와 노동조합의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지난해 5월31일 7대 2 의견으로 노조 운영비를 원조하는 회사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한 노조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운영비 원조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노조 자주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오히려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사용자가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대등한 지위에서 운영비 원조를 협의하는 것을 막아 실질적 노사자치를 구현하고자 하는 노동 3권 취지에도 반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항 효력을 곧장 없애면 노조 자주성을 침해할 위험이 있는 회사측 원조행위까지 규제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며 올해 12월31일을 시한으로 법 개정 전까지만 효력을 유지하도록 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노조 운영비 원조행위가 노조 자주성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노조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장 내년 단체교섭에서 노사분쟁 소지가 될 수 있다. 지원가능한 운영비의 범위를 놓고 노사가 힘겨루기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형동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린 것은 노사가 협상을 통해 자율적으로 정한 사항을 과도하게 처벌하면 오히려 노조활동이 위축된다는 이유였다”며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올해 단체교섭에서 노조 운영비 지원이나 편의제공 조항,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까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고용노동부는 국회만 바라보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여야 간 쟁점이 없는 법안이기 때문에 국회가 정상화되면 곧바로 처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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