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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단상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올해 7월16일부터 시행된 직장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은 직장인들에게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하루 평균 16.5건의 진정이 제기됐다고 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자신이 직장에서 경험한 일이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문의하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이런 폭발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아직 미미한 듯하다. 이달 초 한 직장인 커뮤니티앱에서 실시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체감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1.8%가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달라진 점이 없다”고 응답해서 법의 실효성을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에 대한 고용노동부 대처가 미진해 괴롭힘을 신고한 직장인들이 2차·3차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자체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신고사건 조사, 행위자 처벌, 피해자 보호조치 등을 사용자의 의무사항으로 규정해 놓았지만 사용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를 강제할 수 없다. 또한 신고 접수 주체와 조사하는 주체가 모두 사용자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괴롭힘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점 또한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 제도를 마련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실제 현장에서 직장내 괴롭힘 혹은 유사 행위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판단하고 대처할 것인지 사회적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아 이에 대한 혼란도 상당한 듯하다. 몇 가지만 짚어 보고자 한다. 우선 직장내 괴롭힘 혹은 유사 행위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중 하급자가 업무수행 중 실수 혹은 부적절한 행동을 했고, 이에 대해 상급자가 질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어디까지를 (하급자의 실수 혹은 부적절한 행동을 관리·감독할 책임과 권한이 있는) 상급자의 적정한 업무 범위로 볼 것인지, 어디부터 직장내 괴롭힘 혹은 유사 행위로 볼 것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상급자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야기했는지와 상급자의 행위가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행위인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판단기준 또한 다소 모호한 측면이 없지는 않으나 둘 다 충족한다면 직장내 괴롭힘 행위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한편 이런 경우 상급자의 행위를 직장내 괴롭힘 행위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하급자의 실수 혹은 부적절한 행동은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의 문제가 발생한다. ‘아닌 땐 굴뚝에 연기 날까’ 하는 속담처럼 하급자의 실수나 부적절한 행동이 없었으면 상급자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급자의 실수나 부적절한 행동과 상급자의 직장내 괴롭힘 행위의 ‘인과적 요소’에 집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누구나 업무수행 중에 실수나 부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다. 경험이 적은 하급자일수록 그럴 가능성이 좀 더 높다. 그렇기 때문에 상급자에게 하급자의 실수 혹은 부적절한 행동을 관리·감독할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그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급자의 실수 혹은 부적절한 행동을 관리·감독하는 과정에서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행위로 하급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야기했다면 이는 ‘월권행위’다. 이것이 바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의 근본 취지다. 만약 하급자의 실수나 부적절한 행동이 자못 심각해 이에 대해서도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면 이는 반드시 상급자의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의 절차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이뤄지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동시에 잘못된 행동이라고 판단할 경우) 부지불식간에 앞서 얘기한 ‘인과적 요소’를 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급자의 행위에 대해 하급자의 대응 행위가 발생했을 경우(예를 들어 신체 혹은 언어적인 폭력을 주고받았을 경우) 이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직장내 괴롭힘 행위가 아니라 갈등 관계에서 발생한 행위로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가 명백한지와 두 행위의 시간적 선후 관계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가 명백하고 상급자의 행위가 하급자의 대응 행위보다 먼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면 하급자의 대응 행위가 상급자의 행위를 직장내 괴롭힘 행위로 판단하는 데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하급자의 대응 행위는 자기방어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하급자의 대응 행위가 해당 상황에서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대응 행위의 수위가 적절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판단은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분명 노동자의 권리를 보다 향상해 줄 수 있는 제도임에는 틀림없지만 대부분 노동자들이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한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하급자로서) 자신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예민해지는 만큼 (상급자로서) 타인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하급자로서) 자신의 권리에 대한 주장과 (상급자로서) 자신의 태도에 대한 성찰이 통합을 이룰 때 우리는 진정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김정수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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