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삼성의 노조활동 방해를 처벌하는 판결이 나왔다. 2019년 12월은 이것으로도 노조할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받은 이 나라 노동자에게 의미 있게 기억돼야 한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에서 행했던 노조활동 방해사건에 관한 판결이 잇달아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손동환)는 13일 삼성에버랜드 노조활동 방해를 업무방해죄 등으로, 같은 법원 형사 23부(재판장 유영근)는 17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활동 방해를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등으로 처벌했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이상훈, 삼성전자 부사장 강경훈이 각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고, 그 외 삼성전자서비스 전 대표 박상범, 삼성전자서비스 전무 최평석 등 전·현직 임직원들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노사협상 등에 개입하고 뇌물을 받은 정보경찰과 삼성의 노사전략 수립을 자문한 공인노무사까지 실형이 선고됐다. 그리고 ‘진짜노조’ 활동 방해를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어용노조 위원장들도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았다.

2. 노조법은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 또는 조직하거나 정당한 노조활동에 불이익을 주고, 노조의 조직 운영을 지배·개입하는 사용자는 부당노동행위로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81조·90조). 그러니 삼성그룹에서 총수를 보좌하며 그룹 계열사를 지휘하는 미래전략실이 그룹 노사전략을 수립해 노조와해 전략을 짜고 계열사들의 노조 문제를 지휘·감독하면서 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의 활동을 방해했다면 이에 가담한 자는 이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노조법 위반으로 처벌받아야 했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가 인정한 바와 같이 삼성은 2011년 에버랜드에 노조가 설립되자 미래전략실이 만든 대응 전략에 따라 ‘어용노조’를 만들어 노조활동을 방해하고, 노조 핵심 인물을 해고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고, ‘노조가 설립되면 즉시 와해 전략을 구사하고 실패하더라도 지연전략을 통해 고사한다’는 방침에 따라 삼성전자와 자회사 삼성전자서비스가 삼성전자서비스에서 노조활동을 방해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니 이러한 행위에 가담했던 자는 삼성전자의 이사회 의장이든 부사장이든, 직원이든 처벌받아야 했다. 이번 판결이 선고된 직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등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에 대한 유죄판결은 환영하면서도 형량이 아쉽다며 부당노동행위 형량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자행된 노조활동 방해로 인한 피해를 헤아려 본다면, 가장 중한 1년6월형으로도 결코 중하다 할 수가 없다. 여러 노동자가 죽고, 수많은 노동자가 해고·폐업 등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형법은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314조).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노조법 위반보다 훨씬 중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이다. 노조활동 방해를 이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면 굳이 노조법의 부당노동행위 형량을 높이기 위해서 당을 찾아다니고 국회의원에게 읍소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2000년께였을 것이다. 사용자가 파업 등 노조활동을 하는 노조간부를 툭하면 업무방해죄로 고소했다. 그러면 검찰은 기소하고 아무리 변호를 해도 처벌받는 게 짜증 나 죽을 지경이었다. 당시 나는, 왜 노조 업무방해죄는 안 되는 거냐고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노조에 대한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라고 고소·고발장을 작성해서 검찰청에 제출했다. 하나 마나였다. 실제로 내가 쓴 고소·고발장 내용이 검사의 공소장이 되고 판사의 판결문이 된 것을 볼 수가 없었다. 노조의 행위는 사용자에 대한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지만 사용자의 행위는 노조에 대한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달랐다. 삼성에버랜드 노조와해 사건에서 삼성노조를 와해시킬 목적으로 주축 조합원 조장희 등을 징계해 피해자 삼성노조의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업무를 방해했다며 업무방해죄로 처벌했다.

3. 형법상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에서 ‘위력’은 폭력 등 물리적일 것 없이 정신적인 위세도 얼마든지 해당한다고 오래전부터 대법원이 반복해서 판결해 왔다. 사용자가 노조활동 방해를 위해 자행하는 해고 등 징계나 인사권 행사, 수급업체 폐업 등 행위들이 얼마든지 위력에 해당할 수가 있는 것이다. 삼성에버랜드에서 사용자의 “징계로 인해 삼성노조는 주축 노조원들의 심리적 위축, 노동위원회 구제신청·행정소송 등으로 인한 시간 소모 등으로 정상적인 노조활동이 저해”되고, “일반 직원들에게 노조에 가입하면 징계를 받는다는 심리적 압박이 가해져 삼성노조의 노조원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 위력에 해당한다”며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판결문에 쓴 것도, 삼성을 두려워하지 않는 특별한 판사여서가 아니라 바로 이러한 판례 법리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만 한다면, 앞서 말한 것처럼 부당노동행위 형량을 높이기 위한 노조법 개정을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겠다. 부당노동행위의 노조법 위반 대신 업무방해죄로 죄목을 기재해서 사용자가 노조 업무를 방해했으니 압수수색 등으로 적극 수사해서 처벌해 달라고 고소·고발하면 되는 것이겠다.

4. 그런데 혹시 내가 오랜전부터 노조활동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게 부당하다고 주장해 온 것을 들어 편향적이라고 비난하는 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 파업 등 노조 활동을 위력의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건 부당하다고 나는 이 나라에서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판결을 비판해 왔다. 파업 등 노조활동이 사용자의 업무방해에 해당해서 그것이 정당한 파업 등 노조활동만 처벌을 면하게 된다는 법리를 비판해 왔다. 파업 등 노조활동은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던 것이다. 대단한 반향은 없었다. 기껏해야 2011년 3월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경우에 한해 노동자 파업은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다. 여전히 파업이 아닌 노조활동은,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용자에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파업은 사용자에 대한 업무방해죄로 노조(간부·조합원)는 처벌받고, 이러한 노조·노동자의 노조활동을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며 처벌한다. 그리고 이에 나는 반대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사용자를 노조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5. 헌법 33조는 노동 3권, 즉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서로 단결(결사)해 활동할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니, 노동자도 이 결사의 자유는 당연히 보장받는다. 그리고 노동자에게는 특별히 노동 3권이라는 노동기본권을 보장한 것이다. 노동자로서 행사하는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보다 더 보장하기 위해 노동기본권을 규정한 것이다. 일반 결사의 자유로는 행사할 수 없는 걸, 노동자가 자신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노동자끼리 단결해서 교섭하고 행동할 자유로 보장한 것이다. 특별히 국가가 법률로 정해서 보장해 줘야 하는 ‘권리’가 아닌, 그저 내버려 두면 행사할 수가 있는 노동자의 ‘자유’로 이렇게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을 바라본다면 파업 등 기본적인 노조활동이 국가가 처벌하는 범죄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자유를 획득하고서 노동운동은 합법화될 수 있었고, 비로소 노조활동에 관한 노동법의 역사가 시작될 수가 있었다. 파업 등 노조활동 자체가 곧바로 죄가 된다면, 그래서 그 주체·목적·절차 등이 어떠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그 처벌을 면하는 것이라고 국가 법집행이 이뤄지는 나라에서는 온전히 노동운동은 합법화되지 않은 것이다. 노조활동을 보장하는 노동법의 역사는 시작된 것은 아니다. 파업을 들어 살펴본다면 단순히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한 그것이 죄에 해당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렇게 노동자의 자유, 노조할 자유, 파업의 자유를 바라보기에 나는 파업 등 노조활동은 업무방해죄에 해당해서는 안 되며, 이에 대해 사용자에게는 이런 자유를 보장한 바가 없기에 노조활동 방해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해서 처벌해야 한다고 말해 왔던 것이다.

6. 판결 선고 직후인 지난 18일 삼성전자는 입장문에서 “노사 문제로 인해 많은 분께 걱정과 실망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그 말미에 “앞으로는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조는 안 된다”던 창업주 이병철이 흙에 묻히고 그 손주 이재용에 이른 오늘까지 ‘무노조 경영’으로 대를 이어 가는 삼성의 이런 발표를 듣고서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건이 자행되던 2011년 당시에도, 2013년 삼성그룹이 작성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폭로됐을 때도 노조활동 방해 혐의를 부인했다. 이번 재판에서도 재판을 받으면서도 협의를 부인하며 발뺌했다.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 대납사건으로 삼성 사옥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노조와해 문건이 무더기로 발견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번 판결도 없었다. 삼성의 입장문에서 더는 무노조 경영으로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짓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가 없다. 그동안 노조활동 방해행위를 고백해 용서를 구하고 무노조 경영 포기를 선언하기 전까지는 뭐라 발표해도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조는 안 된다”던 선대의 유지를 받드는 자의 삼성만 보일 뿐이다. 그러니 이번 사건을 통해 검찰·법원 등 법집행기관이 교훈을 찾는다면 그런 것일지 모른다. 삼성의 노조활동 방해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로 증거를 확보하지 않으면 이 나라에서 삼성에 대한 법집행을 기대하기 어렵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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