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배달노동자 캠페인사업단 ‘희망더하기’가 23일 오전 서울 서소문동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노동자의 가혹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희망더하기는 올해 9월 출범했다. 택배·배달노동자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활동한다. 공공운수노조와 라이더유니온이 주축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2017년 서울지역 일반택배업체 소속 택배노동자를 조사한 결과 이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3시간22분이었다. 이 중 분류작업이 4시간이었다. 희망더하기가 올해 전국 일반택배업체 소속 택배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자체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가장 많은 34.8%가 “하루 평균 5시간 이상 6시간 미만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분류작업은 허브터미널에서 서브터미널로 옮겨진 택배를 다시 세부 구역별로 나누는 것을 말한다. 주로 새벽에 시작된다. 작업이 이뤄지는 터미널은 물건이 돌아가는 야외 레일에 지붕만 얹혀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많은 택배노동자들이 비바람과 추위·미세먼지에 노출돼 있다.

희망더하기는 이날 택배노동자들의 터미널 노동환경을 조사한 심층면접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A씨는 “추위 때문에 석유 난로 같은 거라도 갖다 놓고 싶지만 화재 위험 때문에 못 갖다 놓개 한다”며 “바깥에 깡통을 놓고 (불을) 뗀다고 해도 못 떼게 하고. 차 안에 들어가 히터라도 켜고 싶은데 매연 난다고 못 켜게 해서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B씨는 “5시간 동안 계속 서서 분류작업을 하다 보니 많이 춥다”며 “눈이 오면 손이 얼어 장갑 하나로는 버틸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택배 물량이 쏟아지는 연말연시 영하의 날씨와 미세먼지가 반복되는 가혹한 날씨 속에서도 추위나 먼지 대책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며 “택배사들은 난로 하나 없는 혹한기 야외노동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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