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불법파견 인정범위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컨베이어 시스템 직간접 생산공정을 넘어 완성차 공장 거의 모든 업무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에는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시험차량을 운전하는 드라이버도 원청인 현대차가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48민사부(재판장 최형표)는 19일 남양연구소 하청업체인 동인오토 소속 노동자 31명이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동인오토 노동자 이아무개씨 등 31명은 하청노동자로 현대차가 연구·개발 중인 시험차량을 현대차가 작성한 주행매뉴얼에 따라 운전하면서 주행시험일지를 작성했다. 이들은 “남양연구소 정규직 연구원이 지시하는 주행방법에 따르는 등 현대차의 지휘·명령을 받았다”며 2017년 5월30일 현대차 근로자임을 확인해 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현대차측은 내구주행시험 업무는 도급계약에 따른 업무로 외국에서도 대부분 도급계약을 맺은 전문업체들이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행매뉴얼의 경우 도급업무 수행을 위한 기본정보 제공에 불과하고, 일일주행일지는 보안관리 차원에서 회수한 것일 뿐 구체적인 지휘·명령을 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법원은 현대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양연구소측이 시험차량 드라이버에 직접 지휘·명령을 한 사실을 인정하고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를 사용한 것은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현대차에 시험차량 드라이버를 직접고용하고, 현대차 정규직으로 받았어야 할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는 “이번 판결은 남양연구소 차량 도장업무에 이어 시험차량 운행업무도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컨베이어 시스템에 연계한 직간접 생산공정뿐 아니라 사실상 완성차 하청노동자 대부분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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