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저는 업체에 제품을 내보내기 위해 전산으로 출고지시를 하는 일을 해요. 이 업무에 여성이 3명 있고, 남성 직원이 1명 있는데 남녀 구분 없이 같은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이 업무를 한 지 30년 됐고, 같이 일하는 여성 직원들도 다 20년 이상 됐어요. 남성 직원은 이 업무에서 이제 7년차고요. 그런데 남성 직원은 S4등급인데 여성 직원들은 J3등급이에요.”

이미옥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 수석부지회장이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이 연 ‘성차별 고용관행, 개선 방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공개한 한 여성노동자 증언이다. 통신장비제조업인 KEC는 노동자 직급을 ‘J1·J2·J3·S4·S5·M·L’로 구분한다. J1등급이 가장 낮고 L등급이 가장 높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노동자들의 성차별 사례 증언이 이어졌다.

“하위직급 5·6급 100%가 여성”

김대성 사무금융노조 KB손해보험지부장은 회사가 하위직급인 5·6급을 100% 여성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성 지부장은 “KB손해보험은 고졸·전문대졸 출신의 5·6급과 대졸 이상의 4급을 분리해 신입을 채용하고 있다”며 “회사 인사관련 규정에는 직급과 관련한 성별 구분이 돼 있지 않음에도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대졸 이상이 포함된 4급의 경우 직급이 올라갈수록 여성이 급감하고 1급(을) 부장직대 이상 직급에는 여성이 전혀 없다”며 “대졸 이상인 4급으로 입사한 여성이 수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울산대병원 사례도 도마에 올랐다. 김태우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울산대병원분회장은 “울산대병원 행정직원의 입사 당시 학력을 조사한 결과 채용에서 최초 직급 부여 기준은 학력이었는데 7급 중 여성이 90.4%를 차지하고, 5급 중 여성이 20% 정도만 채용됐다”며 “승진과 관련해서도 근속연수가 29~34년인 고졸 남녀를 비교하면 남성은 1급(을) 부장대우 1명, 1급(병) 차장 2명, 2급 과장 1명인데 반해 여성은 8명 모두 2급 과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실효성 확보해야”

KB손해보험 사례와 관련해 박주영 민주노총 법률원 부원장은 “모집공고 자체에 남녀의 성별에 따른 분리 채용이 명시돼 있지 않지만, 고졸 학력을 요구하는 6급 신규채용자는 모두 여성이고, 대졸 이상 4급은 대부분 남성이라는 채용 결과는 그 자체로 간접차별로 추정된다”며 “성차별적 채용기준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성차별적 채용관행이 인정된다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대병원 사례와 관련해서도 “채용할 때 성별을 명시해 직접적인 차별을 한 사례에서도 남녀고용평등법으로 규제하기 어려운데 차별적 채용관행만으로 규제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ffirmative action·AA)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채용·승진에서의 성차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06년 3월부터 AA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박 부원장은 “실효성 확보를 위해 성별 고용격차 평준화만이 아닌 원인 제거를 위한 공정 고용개선조치를 해야 한다”며 “남녀 고용격차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성인지지표를 개발하고, 성평등 고용환경을 위한 노동자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