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덕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대상판결 : 부산고등법원 2019. 9. 18. 선고 2018나55282 판결


Ⅰ. 사건 개요

피고는 산업재해 예방에 관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법에 따라 설립된 공법인이고, 원고들은 피고 소속 노동자들이다.

원고 1천100여명은 2016년 9월28일 중식보조비·경영평가성과급·내부평가성과급 및 직급보조비를 포함해 통상임금을 재산정하고, 이를 기초로 법정수당의 추가 지급 및 퇴직연금 부담금의 추가납입의무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이 중 ‘내부평가성과급’은 ‘성과급 지급계획’에 의거해 ‘평가연도(지급연도의 전년도)에 실제 근무한 임직원’에게 매년 한 차례(7~9월 중) 지급됐는데, 지급금액은 근무 평가에 따라 차등됐으나 최하위 등급인 D등급을 받더라도 받을 수 있는 ‘최소보장비율(기본지급률에 대한 60%)’이 정해져 있었다.

한편 피고는 2016년부터 성과급 지급계획에 “지급일 현재 재직자만을 대상으로 지급”이라는 조건을 추가했다.

Ⅱ. 법원의 판단

이 사건의 1심 법원인 울산지법은 매년 내부평가성과급 지급일 당시 재직 중인 근로자들에 대해서만 위 성과급이 지급됐다는 이유로, 2016년 전후를 막론하고 내부평가성과급 전부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2심 법원인 부산고등법원은 내부평가성과급은 임금이라는 점을 전제한 후 내부평가성과급 중 최소보장 부분은 통상임금에 해당하며, 여기에 부가된 지급일 기준 재직 조건은 지급일 전에 퇴직하는 근로자에 대해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한 무효라고 판단했다.

Ⅲ.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에 부가된 재직 조건이 무효라는 판결이 서울고법에서 지난해 연말, 그리고 올해 5월 잇달아 선고됐다(서울고등법원 2018. 12. 18. 선고 2017나2025282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9. 5. 14. 선고 2016나2087702 판결). 이에 대해서는 확고하게 정립된 대법원 판례 법리를 정면으로 무시하고 지급일 재직 요건의 유효성 자체를 부정한 판결로서, 향후 파기되리라는 예측(혹은 소망)이 적지 않았다. 특정 재판부가 내린 독자적인 판결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정기상여금을 넘어 근로의 대가로서 임금에 해당한다면 여기에 재직 조건을 부가하는 것은 무효임을 천명하고, 그 이유에 대하여도 명쾌하게 밝히고 있다.

우선 대상판결은 공공기관의 내부평가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한다는 점을 전제로 했다. 공공기관이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경영평가성과급·내부평가성과급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여전히 전국 각지 법원에서 소송이 계속되고 있다. 대법원이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두36157 판결,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8다231536 판결, 대법원 2019. 10. 18. 선고 2018다270753 판결 등)을 수차례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그치지 않고 있다. 대상판결은 내부평가성과급이 ① 평가연도에 실제 근무한 일수에 비례해 액수가 결정되며 ② 휴직·직위해제·정직·무급·휴가와 같이 노동자가 실제 근무했다고 볼 수 없는 기간은 근무일수에서 제외되고 ③ 평가연도 중 전보·파견 등으로 근무기관이 변경되는 경우 일정 기간 이상의 근무기간에 대해서는 근무일수별 평균 지급률을 적용하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임금에 해당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한편 대상판결이 내부평가성과급에 부가된 재직 조건이 무효라고 보면서 든 이유는 서울고등법원 2019. 5. 14. 선고 2016나2087702 판결(기술보증기금 사건)과 유사하다. 다만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내부평가성과급은 연 1회, 평가연도(전년도) 월 기본급여의 90%에서 110%가량이 지급되는 것이어서, 600%에 달하는 기술보증기금의 기본성과연봉(연 8차례)·내부평가성과연봉(연 4차례)과는 지급주기 및 액수에 차이가 있다. 그러나 특별한 성과에 대한 상이 아니라, 노동을 제공하기만 하면 당연히 수령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내부평가성과급 최소보장분은 기술보증기금의 기본성과연봉 및 내부평가성과연봉, 그리고 여타 정기상여금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그 지급이 사전에 확정돼 있는 최소보장 성과급에 대해 사용자가 재직 요건을 부가하는 것은 기발생 임금의 일부분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일방적인 부지급 선언으로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은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지급일 기타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이 고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판시했을 뿐 ”재직자에게 지급한다”는 규정이 있으면 곧바로 고정성이 부정된다고 판시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후 무수히 많은 사업장에서 임금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재직 조건이 부가됐으며, 해당 임금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판결이 계속됐다. 이와 같은 세태는 사업장의 종류도 가리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대상판결 피고도 지급일 재직 조건을 부가했으며,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큰 고민 없이 통상임금 해당성을 부정했다. 이처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손쉽게 통상임금성을 배제시키는 근거로 끊임없이 남용됐다.

그러나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금품이 노동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한다면 지급일 전에 퇴직한 노동자에게도 그 근무한 날에 대응해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지급일 재직 조건은 위 원칙에 반하는 예외이기에,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부정하기 어려운 합리적인 이유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노동현장에서 횡행한 지급일 재직 조건 부가는 오로지 통상임금성 배제를 위한 탈법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들이었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전도된 현실을 바로잡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를 정확히 적용할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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