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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서비스 노동자가 바란다 ③] 정신질환, 국가·노동자·당사자가 함께 고뇌하는 시간 필요주상현 보건의료노조 서울본부 서울시정신보건지부장

가정집을 찾아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방문서비스 노동자로 불리는 이들은 어떤 모습의 소비자가 있는지도 모르는 낯선 집에 홀로 들어가 일을 한다. 소비자에게 감금·폭행을 당하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일도 있었다. 폭언·폭행·성희롱을 겪고도 업무를 끝내려 현장을 다시 방문해야 한다는 증언은 그 자체로 살 떨리는 공포영화다. 요양보호사와 도시가스 점검·검침원, 정신건강복지센터 노동자, 설치·수리 노동자들이 자신의 처지를 담은 글을 보내왔다. 네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 주상현 보건의료노조 서울본부 서울시정신보건지부장

2019년 대한민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 생활고로 인한 일가족 자살, 연예인 자살사고 등 생활 속에서 정신건강과 관련된 뉴스가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다. 보도된 뉴스 뒤에 가려진 사람들의 고뇌와 책임은 과연 누구의 것일까?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피해사고·피해망상 등으로 정신과적 치료를 받지 못하신 분들과 자살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필요한 사회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그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노동자가 비정규직이라면 그 나라는 과연 올바른 나라인가.

진주 아파트 사고 이후 온통 조현병 혐오와 병원치료가 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위험성만 이야기할 뿐이다. 2인1조 업무 불가능 상황, 1인당 사례 관리자수 50명 이상, 고용불안 등 정신보건 방문노동자의 어려움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현병 혐오와 편견으로 번져 정신장애 당사자의 사회복귀에 어려움이 생길까 봐 당사자와 함께 고민하는 정신보건 방문노동자의 고뇌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행여 현장에서 경험한 어쩔 수 없는 위험성이 언론에 혐오로 비친 증거로 활용될까 봐 더욱 조심하며 정신보건현장에서 책임을 다하며 지키고 있다.

섭씨 40도에 가까운 폭염에도, 폭설로 마을버스가 다니지 못하는 산동네라도, 신발이 젖고 우산을 써도 무용지물인 폭우가 내리는 거리라도 정신보건 방문노동자들은 현장을 벗어날 수 없다. 정신장애 당사자와 감정적 교류를 끊임없이 나누며 감정노동을 하는 정신보건현장 노동자들은 다른 일반 시민의 감정노동을 해소해 주기 위해서도 존재하고 있다. 그러면 정신보건현장 노동자들을 위한 창구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방문해 도움을 줘야 하는 정신장애 당사자들은 계속 늘어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신건강 관련 사업을 늘리고 있다. 자살과 중독자를 위한 국가사업도 늘어나는데 그 늘어나는 사업 속도에 비례해 인력 수급과 고용안정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국가재정 문제 때문에 민간에 정신보건 사업을 위탁하고 있는가. 공공기관의 책임을 표시하기 위해 허울뿐인 공무원제도인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제도로 정신보건사회복지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가. 얼마 되지도 않는 예산으로 그것도 병원치료 중심 예산이 대부분인 계획으로 국민의 정신건강을 책임지겠다는 것은 국가의 과도한 망상이다. 정신보건사회복지 사업을 고뇌하고 책임져야 하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왜 정신보건현장 노동자가 오롯이 짊어져야 한단 말인가.

또 누군가의 희생이 생겨야만 그제야 돌아볼 것인가? 정신장애 당사자의 위험성을 또 노출시켜 탈원화(병원 입원 중심의 치료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사회복귀시설 프로그램을 통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에 역행하는 정신 관련 질환관리 정책으로 회귀하게 만드는 미봉책과 무책임은 이제 멈춰야 한다. 일할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 정신보건 서비스를 국가가 책임지고 안전하게 제공하는 환경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국가·지방자치단체·현장노동자·정신장애 당사자가 함께 고뇌하는 시간이 오길 기대한다.

주상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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