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같은 플랫폼 기반 산업이 확대되면서 택배업·배달대행업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일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는 여전히 노동관계법 사각지대에 놓인 채 노동기본권과 공정거래 울타리 밖에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7월 물류산업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특수고용직에 대한 불투명한 시장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 생활물류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 구축과 종사자 권익증진을 담은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안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안은 발목이 잡혔다. 임금노동자와 유사한 경제적 종속성을 가지면서도 노동자로 보호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의 위태로운 노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배달·배송대행업계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표준계약서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불공정거래 금지와 종사자 안전관리 강화·수수료 정산과 분쟁발생시 해결방안 등이 방안에 담겼다. 정부는 특수고용직 표준계약서 활용 확대를 위해 공청회를 하고 플랫폼업계와 상생협력 협약식도 추진한다.

여당 “특수고용직 불안정 노동은 풀어야 할 숙제

당·정·청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을지로 민생현안회의를 열었다. 국토교통부는 배달앱을 통한 배달대행 노동자와 대리앱을 통한 대리운전기사 등 특수고용직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표준계약서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표준계약서에 △부당비용 청구·불공정 배차·책임전가 등 불공정거래 금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 실효성 강화를 위한 산재보험 가입 설명의무 명시 등 종사자 안전관리 강화 규정 △수수료 지급기준 등을 사전에 합의해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하는 등 계약 관련 수수료 정산 및 분쟁발생시 해결방안을 담았다.

국토부는 표준계약서 활용 확대를 위해 향후 1개월간 토론회·공청회를 비롯한 공론화 작업을 하는 한편 내년 2월 초 카카오모빌리티와 배달의 민족 등 표준계약서 준수의지가 큰 플랫폼업체를 중심으로 상생협력 협약식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설계사와 신용카드모집인 같은 금융권 특수고용직 보호를 위해 업권별 금융협회와 협의해 △특수고용직 계약절차 명확화 △특수고용직 권익보호를 위한 금융회사 준수사항 추가 규율을 골자로 한 표준계약서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불안정 노동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풀어야 할 오래된 숙제”라며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연성규범을 제정하게 된 것은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희망을 주고 관련 직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성과로, 조속한 시일 안에 실효성 있는 표준계약서가 시장에 적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동계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부터 제정해야”

노동계는 정부의 표준계약서 추진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근거법이 없는 상황을 우려했다.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을 통해 장시간 노동과 노동재해, 수수료·프로그램비·보험료·벌금·출근비 등 특수고용직에 대한 각종 중간착취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안은 택배·배송대행 등 생활물류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 마련과 종사자 권익증진·안전 강화·서비스 보호를 위한 장치 규율을 담고 있다.

박정환 서비스연맹 정책국장은 “근거법이 없는 상황에서 표준계약서 마련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는지 알 수 없다”며 “표준계약서 적용 취지는 이해하나 현장의 불공정거래나 백마진 같은 중간착취 문제를 개선하려면 법적 강제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국토부는 표준계약서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산재보험 가입 설명의무를 명시하겠다고 하는데, 대리운전기사의 경우 전속성 문제로 산재보험 가입이 안 되고 있다”며 “내년 4월 총선 전에 취약계층인 특수고용 노동자나 소상공인에 대한 생색내기 정책이 아닌 현장에서 통용되는 실효성 있는 방식으로 특수고용 노동자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