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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문제, 각자도생이냐 변혁이냐
▲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서울의 부동산 가격 폭등이 이슈다. 그야말로 온 나라가 부동산 이야기로 뜨거운 겨울을 보내는 중이다. 3년 전 박근혜 퇴진 촛불로 뜨거웠던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종로구도 이제 서울 집값 상승의 최선봉(강남구에 이어 상승률 2위다)에서 부동산으로 불타오른다. 도대체 문재인 정부는 왜 반복적으로 부동산 정책에 실패하고 있는가.

먼저 팩트부터 체크해 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OECD 실질 집값 평균은 2010~2018년 15% 상승했다. 이 기간 한국은 1% 상승에 불과했다.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2분기 대비 2019년 1분기의 실질 집값은 미국 6%, 일본 2%, 중국 5% 상승했다.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5% 이상 높아졌다. 한국은 0% 상승이었다. 지표로는 한국 집값은 폭등이 아니라 침체다. 주요 도시도 비교해 보자.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금융위기가 진정된 2010년 4분기 대비 2018년 4분기 집값은 베를린 83%, 토론토 71%, 베이징 52%, 뉴욕 8%, 그리고 도쿄와 서울이 각각 3%와 4% 상승했다. 서울은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오르지 않은 도시였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로 시기를 좁혀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2017년 2분기 대비 2018년 4분기 실질상승률은 서울이 11%로 세계 5위권에 속했다. 이 시기 두 자릿수로 집값이 상승한 도시는 암스테르담·베를린·마드리드 등 극소수였다. 물론 서울 상승과 전체 평균의 정체에서 유추할 수 있듯 서울·수도권 밖의 집값은 문재인 정부 기간에도 계속 하락했다.

요컨대 지난 십여 년간 한국 집값은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정체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 이후 서울 집값의 폭등과 지방 집값의 폭락이 동시에 발생했다. 이유는 시대 탓이 절반, 정부 정책 탓이 절반이었다.

주택가격 변화는 고가일수록 건축비보다 토지가격에 좌우된다. 그런데 토지가격은 가공적이다. 수요공급에 대한 ‘기대’로 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단 토지는 생산이 불가해 현재나 미래나 공급에 제한이 있다. 반면 미래의 수요에는 제한이 없다. 그래서 토지가격은 공급보다는 수요측 요인에 더 영향을 받는다. 수요 기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래의 금리와 임대료에 대한 주관적 예상이다. 그리고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은 경제성장·인구증가·금융시장 등이다.

간단히 말해 문재인 정부가 서울 집값에 속수무책 당하는 이유는 이 변수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살펴보자. 첫째, 경제성장·저성장이 계속되면 전반적으로 토지가격이 하락한다. 그런데 서울은 상승할 수 있다. 서울로 부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저성장의 영향은 지방으로 갈수록 심하다. 그래서 망해도 서울이 마지막에 망할 것이라고 여기며 일자리를 구하러, 자산을 투자하러 서울로 몰려든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 때 오히려 미국으로 자본이 몰렸던 사례와 비슷하다.

둘째, 인구증가·인구감소가 이어지면 당연히 토지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한다. 그런데 여기서도 서울은 예외다. 지방 군소도시들의 인구하한선이 무너지면서 서울로 인구가 더 집중되기 때문이다. 인구감소 속도보다 지방도시 붕괴 속도가 빠르다. 그나마 남은 사람들이 서울로 모이고, 더불어 지방인구가 노후소득을 바라보고 소득을 서울의 자산에 투자한다.

셋째, 금융시장·주택구매에 필요한 대출이 용이해지면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저성장이나 금융규제 완화로 이자율이 낮아지면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린다. 그런데 금융세계화 이후 저금리가 일반화됐고, 특히 선진국 양적완화로 마이너스 금리가 시대적 대세가 된 상태다. 세계 주요도시에서 집값 폭등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이런 변화와 무관치 않다. 서울로 몰려들 수 있는 자금이 한국에서도, 세계적으로도 차고 넘친다.

당연히 문재인 정부는 서울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저성장·인구감소·세계적 양적완화를 통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이런 조건은 이전 정부에서도 같지 않았는가? 당대의 시대적 이유가 또 있다.

이명박 집권기에는 세계적으로 부동산이 폭락했다. 이명박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 덕에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집값이 그나마 덜 떨어진 것이었다. 박근혜 집권기에는 세계적 상승기였으나 한국은 이전 정부에서 집값을 억지로 부양해 놓은 터라 기저효과가 작았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는 집권 후반기까지 주택공급에 집중했던 터라 그 효과로 박근혜 정부 때 공급이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기는 세계적 상승 기류 속에서 이전 정부의 주택공급은 효과를 다했고, 그렇다고 기대수요를 막을 만큼 강력한 대책이 나오지도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세계적 흐름을 읽지 못했고, 정책도 어정쩡했다. 오히려 임대사업자 양성화나, 금융규제 완화 같은 정책으로 집값 상승 요인을 확대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정부는 벌집만 건드렸다.

저성장·인구감소·세계적 양적완화는 서울 집값 상승과 전국 집값 하락을 동시에 심화시킨다. 이 세 변수의 마지노선에서 서울 집값도 하락하겠지만, 당장은 아닐 것이다.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이 변수들로 인해 집값 규제정책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이명박 때처럼 서울의 주택공급을 더 늘릴 수도 있기는 한데, 이는 지방의 몰락을 가속화할 것이다. 서울 주택공급 속도와 지방 경제·인구의 몰락 속도가 한바탕 경주를 벌여야 한다.

서울 집값을 하락시키려면 토지와 주택을 아예 시장경제에서 제외하는 방법밖에 없다.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를 통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료·정치인·지식인까지도 서울 집값이 그렇게 하락하는 것을 진심으로 바라지는 않는다. 개혁-보수를 가지고 싸워도 사석에서는 부동산 투자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한국 엘리트들의 습성이다. 노동자·서민에게 남은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더 늦기 전에 각자도생의 방법으로 서울 수도권에 집을 사 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도덕적 타락과 끔찍한 경쟁에 종지부를 찍고 함께 사는 방법으로 토지와 주택의 소유권에까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jwhan77@gmail.com)

한지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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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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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리관 2019-12-12 12:37:15

    토지와 주택의 소유권 제한에 대한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어떻게 하면 그게 가능해질 것인지? 본론이 궁금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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