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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도 근로기준법을!민현기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 민현기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올해 3월부터 공항노동법률상담소로 출근하고 있다. 9개월의 시간 동안 영종도로 출근하면서 놀랐던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인천국제공항에 근무하는 노동자가 5만명을 상회한다는 사실과 세계 제1 공항이라 자부하는 인천공항에서조차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령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젊은 노동자로부터 상담전화가 왔다. 동원훈련을 미루고 미루다 더 이상 연기할 수 없어 이번에는 참석해야 하는데, 본인 휴무일을 변경해서 다녀와야 하는 터라 무급이 된다는 요지였다. 굳이 휴무일을 사용하지 않아도 근로기준법과 예비군법에 의해 유급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일하고 있는 곳에 직접고용된 노동자가 아니었고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 노동자도 아니었다. 전화상담이었기에 계약서를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상담자 말에 따르면 본인은 용역업체와 프리랜서 계약을 했다고 한다. 따라서 실제 근무를 하는 곳뿐만 아니라 용역업체를 상대로도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짐작건대 해당 업체에서 고가의 물건을 판매하고 그 매출에 따른 인센티브 형식의 급여를 받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고정적 기본급만 존재하지 않을 뿐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지정된 근무복을 착용해야 하며 업무 과정에서 관리자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다. 분명 노동자는 존재하는데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책임을 부담할 상대방은 간접고용과 프리랜서 계약에 의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지금 당장은 유급휴가를 부여해야 할 의무가 근로를 제공하는 업체와 용역업체 모두에게 없을 수 있지만 추후 진정 과정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으면 예비군 훈련일수에 해당하는 만큼의 일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난 뒤에도 한참 동안이나 이 사업장의 근로계약관계가 혼란스러웠다.

용역업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통해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 역시 인천공항시설관리와 인천공항운영서비스라는 두 곳의 자회사 소속 노동자로 전환되고 있다. 전환 과정에서 복리후생은 공사 소속 노동자와 차이 없이 적용될 것이라고 했지만 직장어린이집 지원만은 달랐다. 공사 소속 노동자의 경우 육아휴직 여부와 상관없이 직장어린이집 비용 50%를 사용자가 부담하고 있지만 자회사 소속 노동자의 경우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직장어린이집 비용 100%를 노동자가 부담해야 한다. 육아휴직자에게 직장어린이집 지원이 왜 필요하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문제는 이러한 차별로 인해 자회사 소속 노동자는 육아휴직 신청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런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정규직 전환이 아닐까.

상담소로 문의하는 사례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것이다. 인천공항에는 다양한 법 위반 사례가 존재할 것이다. 더 큰 문제점은 이러한 위반이 있어도 시정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정이 이뤄지지 않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영종도에 고용노동청 등 근로감독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부분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 감독기관이 없기에 실제 문제가 되는 것은 고용노동청과의 거리다. 인천공항을 관할하는 곳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기 때문에 인천공항 노동자가 진정을 제기하고 출석해서 조사를 받으려면 중부노동청까지 가야 한다. 그런데 인천공항에서 중부노동청이 있는 제물포역까지는 운전을 해서 이동해도 40분 정도 걸린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한 시간 넘게 걸린다. 조사받는 데 소요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반나절은 걸리는 것이어서 노동자 입장에서는 반차나 연차를 쓰지 않고서는 조사받기가 쉽지 않다.

고용노동청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지 노동자가 민원실 등에 문의하면 영종도에 우리 상담소가 있으니 그곳에서 상담을 받아 보라고 알려 준다고 한다. 그나마 상담소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영종도 중부노동청 분소 설치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와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속적으로 분소 혹은 출장 민원실 설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번번이 예산 문제에 가로막혀 실제 설치는 난망하기만 하다. 부디 인천공항이 이용객수와 규모 면에서만 1등 공항이 아니라 노동법 측면에서도 1등 사업장이 돼서 더 이상 영종도로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민현기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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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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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거이거 2019-12-10 16:44:18

    법은 말그대로 최소한 이거는 지키자인데

    그 최소조차 당연하게 안 지키고 편법을 남용하는 사업장들이 너무 많습니다

    공공기관부터 확실히 지키고 대기업 등 일반 기업 감찰이라도 해서 확실히 다져야 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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