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최나영 기자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해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파견을 보내고 임금을 체불한 업자가 구속됐다. 그런데 사용사업주에 직접고용돼야 할 이주노동자들은 '미등록 체류'라는 이유로 강제출국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대구서부노동지청은 관할지역 전자업체 대표인 김아무개(61)씨를 구속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근로기준법·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 위반 혐의다.

김씨는 2015년부터 태국·중국·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을 모집해 경북 칠곡 소재 생산업체 직접생산공정업무에 파견했다. 파견법 5조(근로자파견 대상 업무 등)에 따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한 32개 업무만 파견이 허용된다.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는 파견이 금지돼 있다.

김씨는 사용사업체에서 받은 대금을 유용했다. 대출금을 갚거나 해외여행비 같은 개인용도로 썼다. 이주노동자 19명은 임금·퇴직금 1억3천만원을 받지 못했다. 대구서부지청은 범죄 중대성을 감안해 김씨를 구속하고 사용사업주를 불구속입건했다.

사건은 임금·퇴직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김씨를 고소하면서 드러났다. 대구서부지청은 6개월간 금융계좌를 압수수색해 김씨의 위법행위를 적발했다. 이 과정에서 불법파견 혐의까지 확인했다. 파견법에 따르면 노동자 19명은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정부가 허용한 체류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한국을 떠나야 할 처지다. 대구서부지청 관계자는 “구속된 사업주가 체불임금을 변제하거나 노동자들이 소액체당금을 받는 등 임금체불이 해결될 때까지는 출국을 미룰 수 있다”고 말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불법파견에 악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 이주노동자 관련 기관이나 단체의 분석이다. 고용허가를 받은 노동자와 달리 노동부 고용센터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이주노동자들은 사적 알선기관을 통해 불법파견 일자리에 투입되기 쉽다.

김용철 성서공단노조 상담소장은 “정부가 불법파견에 사용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체류권을 줄 리 만무한 상황에서 답이 안 보이는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관계자는 “이주노동자 불법파견 문제가 심각한데 해결책은 간단하지 않다”며 “내년에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다음달 5일 안산글로벌다문화센터에서 ‘경기도 이주노동자의 구직 과정과 불법파견 노동실태’를 주제로 정책심포지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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