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
“많이 춥네요. 전기가 안 들어와서 핫팩으로 추위를 이기고 있어요. 바람이 하도 불어서 천막이 여러 번 무너졌습니다. 천막을 몇 번이나 다시 쳤어요.”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이 27일 오후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대구 남구에 위치한 영남대의료원 70미터 높이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이날로 150일째다.

영남대의료원 해고자인 박문진 지도위원은 원직복직과 노조 기획탄압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올해 7월1일 의료원 옥상에 올랐다. 고공농성 장소는 옥상 위에 설치된 옥탑이다. 함께 올라간 송영숙 노조 영남대의료원지부 부지장이 건강악화로 107일 만에 농성을 해제한 뒤에는 홀로 옥탑을 지키고 있다. 박 지도위원은 “옥탑 위에 천막을 치고 천막 안에 텐트를 친 다음 그 안에서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무더위를 떠올리며 시작한 농성은 추위를 걱정해야 하는 계절까지 이어졌다. 그는 “여름에 (더워서) 말도 못 할 정도였는데, 벌써 추위가 찾아왔다”고 토로했다.

“혼자 농성을 하면서부터 돌풍이 오거나 천둥·번개가 칠 때마다 외로움을 느낍니다. 수십 년 동안 했던 일상생활을 못하고 보고 싶은 사람도 못 보니까 많이 힘들죠. 마치 감옥 같아요.”

옥탑 위에서 한 달 넘게 매일 500배를 하고 있다는 박 지도위원은 “몸은 힘들지만 이렇게라도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있다”며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돌부처처럼 이곳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해고자 복직 문제 해결을 위한 사적조정은 지난달 재개됐다. 노사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적조정은 노사 분쟁이 발생했을 때 노동위원회 같은 공적조정기구가 아닌 3자에게 조정을 맡기는 제도다. 영남대의료원 노사와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오길성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과 최성준 경북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을 조정위원으로 선정했다.

올해 9월 시작한 1차 사적조정에서 조정위원들은 노사 입장차가 크다는 이유로 "사적조정 종료"를 선언했다. 조정안조차 내놓지 못했다. 지부 관계자는 "지난달 2차 사적조정이 시작돼 조정위원이 조정안을 제시한 상태"라며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지부 입장에서는 부족한 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사측 관계자는 “조정위원이 조정안을 냈다고 볼 수는 없고 양측의 의중을 물어보는 정도의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영남대의료원은 2006년 지부가 주 5일제 시행에 따른 인력충원을 요구하며 3일간 파업을 하자 이듬해 지부간부 10명을 해고했다. 해고된 간부 10명 중 7명만 2010년 대법원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받아 복직했다. 박문진 지도위원과 송영숙 부지부장은 12년 넘게 복직투쟁을 하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와 영남대의료원 노조정상화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고공농성 150일째를 맞아 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조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400명 가량은 대구 중구 반월당역 앞에 집결해 본대회를 하고 영남대의료원까지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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