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련

포스코케미칼이 하청업체에 노조가 설립되면 사장을 교체하고, 사장이 회사 양도를 거부하면 일감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갑질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청업체 사장은 대부분 포스코케미칼 출신이다. 하청업체가 원청인 포스코케미칼의 일개 부서나 다름없어 불법파견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하청 사장 마음대로 바꾸는 포스코케미칼

27일 금속노련과 세강산업노조에 따르면 포스코케미칼은 지난 9월4일 세강산업㈜ 대표이사에게 '2019 협력계약(광양제철소 부대용역 정비 협력작업)'을 올해 12월31일자로 종료하겠다고 통보했다. 포스코케미칼 발주에 99.9% 의존하는 세강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폐업 예고다.

포스코케미칼의 세강산업 계약종료 통보는 올해 초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포스코케미칼이 1월6일 세강산업 신임 사장으로 자사 현직 임원인 이아무개씨를 내정했기 때문이다. 세강산업 사장 K씨와 포스코케미칼 사이에 회사 양도·양수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다.

세강산업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케스타블(내화물 설비) 해체업무를 한다. 1996년 8월1일 포스코케미칼에서 분사한 광성기업이 모태다. 당시 포스코케미칼 임원인 김종회씨가 사장을 맡아 2005년 9월까지 9년간 운영했다. 그해 10월 사장이 이진원씨로 바뀌면서 회사 이름이 라경산업으로 변경됐다. 이씨도 포스코케미칼 출신이다. 지금의 세강산업은 2013년 10월 K씨가 라경산업을 인수하면서 설립한 것이다. K씨도 포스코케미칼에서 퇴직하면서 라경산업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하청업체 사장이 됐다. 23년간 사장이 세 차례나 바뀌었다. 노동자들은 유니폼에 적힌 회사 이름만 달라졌을 뿐 하는 일은 똑같았다.

포스코케미칼이 세강산업에 계약종료를 통보하면서 다른 하청업체 4곳에 공문을 보내 세강산업 노동자 고용승계 여부를 지시한 정황도 있다. 김재식 세강산업노조 위원장은 "원청 직원으로부터 다른 하청업체에 세강산업 노동자 모두 고용을 보장해 주겠다며 그저 유니폼만 갈아입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귀띔했다.

노조에 따르면 포스코케미칼 18개 사내하청업체 사장은 대부분 포스코케미칼 출신이다. 포스코케미칼에서 퇴직한 뒤 이전 사장으로부터 50% 이상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하청업체를 인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포스코케미칼은 2016년 하청업체 사장 재직기준을 정년 60세로 하고 재직기간을 7년으로 제한하는 기준까지 만들었다. 김 위원장은 "포스코케미칼이 하청업체 차기 사장을 내정하면 기존 사장은 지분을 내놓고 나가는 것이 불문율"이라고 말했다. 하청업체가 독립적 기업조직을 갖추지 못한 전형적인 노무도급 형태로 보인다.

하청업체에 노조 만들어지면 사장 바꾸고
하청노조 단체행동 하면 계약해지 압박


포스코케미칼은 노조가 설립된 하청업체의 사장을 교체하기도 했다. 포스코케미칼 사내하청업체 18곳 가운데 세강산업을 포함한 3곳에 노조가 설립돼 있다. 2017년 12월 광양로공업에 노조가 가장 먼저 결성됐다. 이듬해 사장이 교체됐다. 포항제철소 하청업체 포콤 노동자들은 지난해 노조를 만들었다. 올해 초 노사갈등이 생기자 갑작스레 회사 사장이 바뀌었다.

세강산업노조는 "포스코케미칼이 세강산업에 계약 종료를 통보한 이유는 노조와 관련돼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조는 올해 1월 설립됐다. 포스코케미칼은 4월 세강산업노조가 포스코케미칼 광양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열자 "협력계약 일반약관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협력작업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면 계약해지할 것이므로 유념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포스코케미칼과 세강산업이 맺은 협력계약 일반약관(18조2항)은 "수급인은 쟁의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발생했을 때 협력작업 수행에 지장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지체 없이 도급인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세강산업 노동자들은 "그동안 포스코는 하청업체에 노조가 생기면 도급계약을 종료하는 방식으로 공중분해시켰다"며 "포스코케미칼도 노조를 없애려고 23년 된 하청업체를 하루아침에 없애려는 것 같다"고 반발했다. 이달 25일과 26일 경고파업을 한 노조는 다음달 2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간다.

김재식 위원장은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포스코케미칼 사장을 거쳤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말로만 윤리경영을 외치지 말고 죄 없는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세강산업이 계약종료로 폐업할 경우 포스코케미칼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포함한 법적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