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2017~2018년 한국과 일본은 미투(MeToo) 운동 영향으로 젠더 이슈에 사회적 관심이 고조됐다. 변화의 바람은 언론노동계에도 불고 있지만, 젠더 문제는 여성의 문제이자 여성 기자 몫이라는 성역할 구분이 뉴스룸 안에서도 여전히 존재한다. 미투 운동 이후 한국과 일본 미디어에 나타난 여러 변화와 한계를 살펴보고 대안과 과제를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언론노조와 일본매스컴문화정보노조회의(MIC)는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2019 한일 언론노동자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여성인권과 언론노동자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세션에는 일본측에서 카오리 사카이 일본 출판노련 위원장(MIC 부의장)과 모치즈키 이소코 도쿄신문 기자, 하세가와 아야 홋카이도신문 기자가 참석했다. 한국측에서는 이윤상 KBS 성평등센터장과 임지선 한겨레 젠더데스크, 최유리 언론노조 정책차장이 나섰다.

성평등센터·젠더데스크 설치 ‘눈길’

이날 이윤상 센터장은 KBS가 지난해 국내 방송사 최초로 연 성평등센터 활동을 제시했다. 이윤상 센터장은 “개소 이후 센터는 KBS 내 성평등 규정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올해 처음으로 KBS를 대상으로 정규직·비정규직을 포함한 성평등 실태조사도 실시하고 있다”며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에 성폭력 예방교육을 포함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임지선 젠더데스크는 한겨레가 편집국장 직속기구로 설치한 젠더데스크의 의미와 역할을 소개했다. 그는 “젠더데스크는 기사 생산을 하지 않고 젠더 문제만 고민하는 직책으로 언론사 최초 기구”라며 “젠더데스크는 매일 생산해 내는 콘텐츠가 성인지 감수성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기사에 젠더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담당 기자나 에디터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 결과물을 바꾼다”고 말했다. 이어 “사내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면 이를 조사하는 과정, 징계, 징계 이후 후속조치 등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한다”고 전했다.

최유리 정책차장은 한국 언론 노동현장에서 노사의 노력을 통해 이뤄 낸 변화를 소개했다. 최 차장은 “언론산업의 경우 비정규직 백화점이라고 불릴 정도로 파견·용역·프리랜서를 비롯한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 보니 성희롱이나 성폭력 사건도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사례가 많다”며 “따라서 다른 징계와 달리 성희롱·성폭력의 경우 적용 대상에 비정규직까지 포함한 사업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취재상황에서 발생한 성희롱에 대해 취업규칙에 회사 책임을 명기한 사업장 사례나,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노조 내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한 사업장 사례를 발제했다.

“일본에서는 페미니즘·미투 힘 약해”

일본측 패널들은 일본 언론계와 관련해 일어난 성폭력·성희롱 사건이나 위안부 문제를 보도한 사례를 소개했다. 일본 미투 운동의 선구자로 볼 수 있는 이토 시오리씨 사례, 일본 재무성 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사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증언한 고 김학순 할머니 기사를 보도한 우에무라 다카시 전 기자 얘기다.

이토 시오리씨는 2017년 5월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 측근으로 알려진 유명 방송기자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우에무라 다카시 전 기자는 1991년 8월 고 김학순 할머니 기사를 처음 보도한 이후 일본 우익의 공격을 받고 있다. 후쿠다 준이치 재무성 사무차관 사건은 그가 여성기자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결국 경질된 일을 말한다.

일본 패널들은 “일본에서는 페미니즘의 힘이 약하고, 성폭력 문제에 침묵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하세가와 아야 기자는 “일본에서는 기자가 회사에 들어가 회사를 위해 일한다”며 “(언론사 내부에서 성폭력이 있을 때) 조직에 저항해서 개인으로서 성명을 내는 것은 일본 언론인은 도저히 생각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카오리 사카이 위원장은 “일본에서는 한 사람을 처분하면 여러 사람을 처분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단지 표면화만 안 됐을 뿐 여러 사람이 비슷한 일을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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