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한 25일 서울역 매표소 위 전광판에 관련 안내문이 보이고 있다. <정기훈 기자>

철도노조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올해 임금·단체협약에 잠정합의했다. 5일간의 파업을 종료하고 25일 현장에 복귀했다. 노사는 자회사 노동자 직접고용·처우개선 논의를 시작하고, 정률수당 미지급 문제를 개선하는 것에 합의했다. 한국고속철도(KTX)와 수서고속철도(SRT) 통합은 노사 공동으로 정부에 건의한다. 인력충원 협의는 이달 중 노사정이 함께 시작하기로 했다. 노조 핵심 요구안인 인력충원·철도통합에 대한 확답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지만 정부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낸 것은 성과로 꼽힌다.

노사 "KTX·SRT 통합" 정부에 건의

노사는 지난 23일 오후부터 본교섭·집중교섭을 시작했다. 25일 새벽께 의견접근을 한 뒤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조는 합의에 따라 닷새 전에 들어간 전면파업을 풀고 이날 오전 9시부터 정상근무를 시작했다.

노사는 노조가 요구한 4조2교대 시행을 위한 인력충원과 철도통합, 자회사 비정규직 문제 개선, 체불임금 해소 인건비 정상화 의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했다. 노사는 결국 내년 임금을 기획재정부가 정한 총인건비 증액 한도인 1.8% 인상하기로 했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2015년 임금 기준으로 지급하던 명절상여금·조정수당·대우수당 등 정률수당은 내년부터 2019년 임금 기준에 맞춰 지급한다. 체불임금을 덜 발생시키는 합의로 볼 수 있다.

내년부터 시행하는 4조2교대를 위한 인력충원 문제는 코레일 노사와 국토교통부가 이달 중으로 협의를 시작한다. 노조는 4천명, 코레일은 1천800명 증원을 주장한다. 김경욱 국토부 2차관은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코레일이) 증원이 필요한 구체적인 내역·산정근거·재원대책을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코레일이 제시한 1천800명 증원도 안 된다고 못 박은 셈이다. 노사정 인력충원 협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가 KTX-SRT 통합 추진에 의기투합한 점은 예상 밖의 결론이다. 노사는 정부에 철도통합을 건의하기로 했다.

자회사 노동자 처우개선 앞장선 철도노조

노조 파업에는 코레일 정규직뿐만 아니라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이 함께했다. 열차 승무원과 광역역무, 여객매표·고객상담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다. 노조는 교섭에 자회사 노동자 고용·노동조건 개선 문제를 들고나왔다. 노사는 잠정합의에서 승무업무 등을 하는 코레일관광개발의 임금·승진체계를 논의하는 원·하청 노사협의체를 올해 안에 열기로 했다. 승무원의 직접고용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노사는 원·하청 노사협의체와 별도로 자회사 노동자 임금을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해 지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코레일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논의한 노·사·전 협의회의 "정규직 대비 임금 80% 수준으로 개선" 권고를 이행하기 위해 노사가 "자회사 직원의 임금수준 개선을 위한 저임금 공기업 인상률을 상향 조정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기로 한 대목도 눈에 띈다.

노조는 파업으로 철도통합·인력충원 같은 코레일 쟁점현안에 대한 국토부의 입장표명을 끌어낸 점을 성과로 꼽았다. 노사가 4조2교대 도입에 합의한 시점은 지난해 6월이다. 이후 노사 교섭에서 충원 규모를 두고 논란이 장기화했는데도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가 철도통합을 바라지 않는다는 민낯도 드러났다. 국토부는 철도통합 논의를 위해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연구' 용역을 지난해 6월 발주했다. 올해 1월 보고서 발표를 두 달 앞둔 시점에 연구용역을 중단시켰다. 노조 파업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에야 연구용역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개 목적은 철도통합 논의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노조 파업 돌입 다음날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 중단된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기 위한 행정절차 등을 논의 중으로, 구조개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용역을 재개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노사가 함께 정부에 철도통합을 요구하고 중단됐던 연구용역을 재개시킨 것은 파업의 성과"라며 "국토부가 철도통합에 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고, 인력충원 규모를 줄이려고 할 것이기에 향후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노조는 26일 오후 확대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일정을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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