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9.21 월 14:13
상단여백
HOME 칼럼 연재칼럼 윤효원의 노동과 정치
홍콩은 광주가 아니다
▲ 윤효원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홍콩 사태를 광주항쟁에 비교하는 언론 기사들이 넘쳐 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홍콩은 광주가 아니다. 1987년 6월 항쟁도 아니다. 역사적으로 홍콩에 자유민주주의운동이 활발했고 홍콩 사태가 민주화 요구로 시작한 것은 맞지만, 미국의 불법적 개입 이후 폭력적인 반중-친미 운동으로 변질됐다. 80년 광주에서 시위대가 버스정류장에 방화를 하고 공부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대학에서 몰아낸 적은 없다. 87년 6월 항쟁에서 시위대가 역에 불을 지르고 매표기를 때려 부수고 지하철 운행을 방해하고 시위에 나서지 않는 학생들을 대학에서 몰아낸 적은 없다.

홍콩 사태를 바라보는 원칙은 분명하다. 84년 12월 영국의 마거릿 대처와 중국의 덩샤오핑이 합의한 '일국양제'다. '일국' 원칙은 홍콩이 중국 영토라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홍콩 독립 주장은 허황하기 짝이 없다. 홍콩 독립 주장이 일관성이 있으려면 영국에서 북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의 독립, 스페인에서 바스크와 바르셀로나의 독립, 미국에서 인디언들의 독립을 인정해야 한다.

홍콩 독립 주장이 일관성이 있으려면 인도네시아에서 아체와 파푸아의 독립, 일본에서 오키나와의 독립, 인도에서 카슈미르의 독립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터키와 이라크에서 쿠르드족의 독립을 인정해야 한다. 분단과 전쟁으로 한반도 남반부에 고립돼 살아온 대한민국 국민의 폐쇄적 민족감정으로 재단하기에 세계는 우리 상상보다 훨씬 넓고 국제 정세는 우리 상식보다 훨씬 복잡하다.

'양제' 원칙은 홍콩이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이어 오던 자본주의 체제를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원칙에 기반해 2047년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중국은 국가 주도 시장경제로 글로벌 자본주의에 통합돼 있기 때문에 홍콩에서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 자체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지난 150년 동안 자본주의 체제가 홍콩 경제에 끼친 폐해는 세계 최고의 주택난과 빈부격차라는 문제를 일으켰다. 사실 홍콩 사태 배경에는 이러한 사회·경제적 모순이 주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

홍콩에서 시위대가 흔드는 미국 성조기의 정치적 의미와 서울에서 극우 시위대가 흔드는 미국 성조기의 정치적 의미는 동일하다. 그것은 미국의 무모한 개입을 바라는 무정부적 광란이지 민주주의와 인권과는 무관하다. 80년 광주 민중을 돕기 위해 미해군 항공모함이 오고 있다는 소문이 퍼진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광주 민중을 구원하러 오는 미군은 없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미국 정부와 미국 군부는 광주 민중을 잔인무도하게 학살한 전두환 일당을 지지하고 지원함으로써 반미운동의 무풍지대였던 남한에 반미운동이 정착할 근거를 제공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미명하에 미국 정부와 미국 군부가 자행한 군사적 개입과 전쟁은 지구를 지옥으로 만들어 놓았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리비아·시리아 등 미국의 '지지와 지원'으로 지옥이 된 나라의 명단은 끝이 없다. 대한민국은 다르지 않느냐는 주장도 터무니없기 짝이 없다. 미군의 개입으로 한국전쟁이 휴전으로 끝났을 때 대한민국은 잿더미의 최빈국이었고 미국은 이승만 독재정권을 지지해 한반도 남단을 지옥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승만 독재 체제를 끝장 낸 것은 미국 정부나 미국 군부가 아니라 남한 민중의 투쟁이었다. 61년 박정희 일당이 반공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시키는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도 미국 정부와 미국 군부는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박정희 집권 18년은 정치적 살인과 고문과 납치와 탄압이 일상이던 체제였다. 입 다물고 노예처럼 살면 배부름을 보장받고, 자유민주주의가 보장한 '자유'를 주장하거나 요구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게 당연한 시절이었다.

미국 정부와 미국 군부는 79년 12월 전두환의 군사정변도 지지하고 후원했다. 전두환 군사독재를 끝장 낸 것은 미국이 아니라 남한 민중이었다. 미국 정부와 미국 군부는 일본총독부가 한반도에 창설한 근대적 독재 체제와 고문 체제와 억압 체제를 한반도에 뿌리내리게 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흘릴 때 미국은 팔짱을 끼고 방관하거나 한술 더 떠 독재정권의 학살과 탄압을 지원했다.

홍콩 사태 같은 폭력 사태가 워싱턴이나 뉴욕 같은 미국 대도시에서 몇 달째 계속됐다면 미국 경찰과 미국 군대는 여태까지 홍콩 경찰과 중국 군대가 보여 준 자제력을 발휘했을까. 미국 경찰은 시위대에 실탄을 쏟아붓는 대규모 학살을 자행했을 것이고, 미국 군부는 대도시 곳곳에 장갑차로 무장한 특수부대를 배치시켜 계엄 상황을 만들었을 것이다. 영국이나 독일 같은 유럽 국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80년대 시위대와 진압경찰 사이에 벌어지던 폭력 사태를 직접 경험한 이로서 홍콩 경찰의 대응은 박정희-전두환 정권의 경찰이 보이던 야만적 행태와 비교할 때 공권력의 무자비한 사용을 자제하려는 티가 역력하다.

광주나 87년을 제대로 알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아시아 문제에 대해서는 더더욱 문외한인 '어린' 언론인들이 표피적으로 파악한 정보만 갖고 홍콩을 광주에 비유하면서 민주주의 투쟁으로 포장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조국 사태에서 설치던 '기레기'들이 갑자기 홍콩 사태에서 진정한 기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남한의 민주주의 체제를 혐오하고 군사독재 체제의 부활을 바라는 일본과 미국의 극우세력들은 홍콩 사태를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투쟁으로 포장하기 바쁘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운동은 지지하지만, 냉전 식민주의 체제로의 반동을 꿈꾸는 친미-친영 운동은 지지할 수 없다. 홍콩 사태는 평화적 민주화운동에서 폭력적 친미-친영 운동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홍콩의 미래는 불행해질 것이며,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는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홍콩 사태는 하루빨리 평화적으로 종결돼야 한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윤효원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효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32
전체보기
  • 홍콩과함께 2020-03-18 00:48:34

    이보세요 떠들려면 제대로 알고 떠드십시오. 홍콩 시위참여자중에 제국주의 깃발을 흔드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먼저 현지에 가서 확인한번 해보십시오. 또 언론에서 보여주는 과격한 시위양상이 전체 시위중에 얼마나 되는지도 확인해 보십시오.중국 언론에서 일부를 전체화시켜 보도 하는 것 그대로 비판없이 수용하고 떠들지 마십시오.또 홍콩의 민간인권전선을 포함한 좌파단체들이 미국의 개입을 얼마나 경계하고 노동계급 참여 확대로 막고 있는지 아십니까? 당신은 중국의 부패해가는 권력에 고개숙인 하수인이라는 점 인정 하십시오.   삭제

    • 병신ㅋ 2019-12-26 22:03:58

      지금까지 반미친중을 하기위해 자유민주주의 개나 줘버린 광주지지자였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삭제

      • 메이플 2019-12-11 08:30:17

        '일국'을 부정하는 시위가 아니라 '양제'를 존중해 달라는 것이다. 온갖 장황한 이야기를 주섬주섬 끌어들여 '미국은 나쁘다'고 외치는 건 좋은데, 민주화에 대한 홍콩시민들의 피까지 돼지피라고 우겨서 당신이 얻는 건 뭔가. 700만 홍콩 시민 중 140만이 시위에 참여했는데, 미국기 흔든 경우 있었다고 그게 미국 배후의 근거인가. 민주, 자유를 위해 국가 폭력과 싸우는 시민들은 안 보이나. 그게 보인다면 광주와 홍콩이 다르다고 목에 핏대까지 세울 이유는 뭔가.   삭제

        • pointman 2019-11-27 23:51:42

          이런 놈들이 있어서 내가 가장 존경하는 중국 지도자가 마오 주석이다.
          문화대혁명에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진압으로 대륙의 잠재력을 백년 이상 까먹은 것만으로도 개꿀. 근데 그게 개!좆!병!신짓인지를 1989년 천안문에서 죽은 진짜 중국인들이나 홍콩 및 타이완 따거들 외의 자칭 중국인인 짱개들은 모르더라고.   삭제

          • 대령 2019-11-27 23:29:10

            518광주민주화항쟁이 광주독립운동이었나? 왜 뜬금없이 "홍콩독립"이라는 생뚱맞은 용어를 끌어들이는 거지?   삭제

            • 잘알고 씁시다 2019-11-27 23:19:17

              시위대의 5개조 조항을 읽어보면 알수 있듯 공식적으로 홍콩시민들은 독립을 주장한적이 없다 일국양제를 운운하기 전에 중공은 애초에 일국양제를 지키기나 했나? 옛날 전두환 체육관 선거처럼 베이징에선 친중파만 출마시키고 심지어 간접선거로 뽑는사람도 친중파 이게 민주주의냐?ㅋㅋ 아직도 진영 논리에 치우쳐 시민들이 성조기 들었다고 미국의 개입? 무슨 공산당 어용 신문도 아니고 ㅋㅋㅋ   삭제

              • 광복홍콩_시대혁명 2019-11-27 22:58:01

                전제부터 글러먹은 글이다. 범죄인송환반대로 시작된 홍콩 시위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홍콩의 독립을 '단 한번도' 주장한 적이 없다. 중국본토, 즉 공산당 정권에게 일국양제를 준수하라는 주장을 하는것이지 언제 그들이 홍콩의 독립을 주장했단 말인가. '미제타도'라는 쌍팔년도식 캐캐묵은 주장을 하기위해, 노동자와 농민을 탄압하고 자신들이 점령한 지역을 폭정으로 다스리는, 스스로의 정체성 마저 저버린지 오래인 중공을 지지하며 홍콩의 투사들을 비난한단말인가? 부끄러운줄 알아라.   삭제

                • pointman 2019-11-27 22:15:59

                  FREE Hongkong, FREE TIBET, FREE Uyghur !   삭제

                  • 일산동 2019-11-27 22:12:51

                    저기 다시 묻지만 중국에서 일어나는 반인권 반인륜적인 사전 사고 국가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해석해주세요 제발~~~~~~~~~~   삭제

                    • 일산동 2019-11-27 22:05:42

                      기자가 맞나??? 현재문제는 2047년까지의 보장된 양립 보장을 침해하니 문제이고 더나아가 홍콩중국 문제를 떠나 공산주의라지만 반인권 반인륜적인 사태들이 일어나니 문제인거다 기자는 진짜 아무나 하는거구나.   삭제

                      3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전체보기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