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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 52시간 상한제 보완대책 평가

정부가 중소·영세 사업장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시행 보완대책으로 특별연장근로(인가연장근로) 확대방안을 내놓았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관련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법이 개정되든 개정되지 않든 계도기간은 1년 넘게 부여할 전망이다. 일부러 위법 여부를 들추지 않겠다는 뜻인데, 사실상 시행유예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노동계는 헌법소원까지 고려하고 있다. 정부 보완대책의 의미를 들었다.

▲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

정부, 노동시간단축 무력화 신호 줬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

정부가 50명 이상 300명 미만 기업의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대폭적인 계도기간 부여(12개월 이상)와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이 불발될 것을 대비한 것이라고 하지만 현장의 노사는 정부대책을 노동시간단축 정책의 포기선언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교섭과 준비를 진행해 온 기업에도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정부가 일시적 업무량 증가 등 경영상 사유에도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해 주도록 시행규칙을 바꾸겠다는 것은 기존 행정해석 지침을 완전히 뒤엎는 위법한 조치다. 혹자는 특별연장근로 사유는 정부가 알아서 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인가연장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이와 같은 시행규칙 개정은 정부의 재량권을 넘어서는 행정권 남용행위다.

최근 들어 연평균 6~7건에 불과하던 특별연장근로 인가건수가 2018년 204건으로 늘더니 올해는 벌써 787건이나 됐다. 자연재해나 사회재난시 예외적으로 허용되던 인가연장제도가 현재도 남용되고 있는 것이다. 시행규칙 개정으로 승인사유를 경영상 이유에까지 확대할 경우 이미 주 52시간 상한제가 시행된 300명 이상 사업장에서도 인가연장신청이 급증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특별한 사정’이 아닌 이유로 주 52시간을 넘는 연장근로가 허용되고 노동시간단축 제도는 무력화되고 말 것이다.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 취지는 필요한 인력채용 없이 업무량 증가에 비인간적인 장시간 노동으로 땜질하는 잘못된 기업의 관행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 관행에 매달려 온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현재의 경기침체와 위기를 초래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김영완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

정부인가만으로는 산업현장 어려움 해소 못해
김영완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

정부도 밝혔듯이 이번 보완대책은 현재의 근로시간제도로는 업무량 급증과 같은 경영상 사정에 대응할 수 없는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 나온 방안이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유연근무제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

특별(인가)연장근로는 추가근로시간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매번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그 ‘인가 여부’도 정부의 재량적 판단에 따라 좌우되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또한 특별(인가)연장근로는 주 52시간제로 일감을 소화할 수 없어 근로시간이 총량적으로 더 필요한 경우에 특별히 ‘추가’연장근로를 허용한다. 때문에 본질적으로 예외적·일시적·제한적인 틀 속에서 운용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부가 언급한 대로 행정조치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한계가 있다.

더욱이 특별(인가)연장근로 개선만으로는 산업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에 부족하다. 우리 기업들이 치열한 시장상황과 국제경쟁에 선제적·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관리를 정부의 인가에 맡겨서는 불가능하다. 기업들이 노사합의로 주 52시간제라는 틀 안에서라도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게 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나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함께 개선돼야 한다. 특히 신기술·신상품·디자인에 대한 연구개발 등 지식산업에 적합한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유연근무제 개선은 지난 주 52시간제 단축 때 이미 함께 됐어야 할 국가적 당면 과제다. 이제라도 유연근무제 보완입법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 김형석 민주노총 대변인

정부와 기업부담 없이 과로 죽음 막을 수 있나
김형석 민주노총 대변인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는 양극화 해소,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은 ‘유체이탈 화법’ 비밀과외를 받는 것 같다. 이미 최저임금 1만원 포기 선언에 이어 인상 폭을 4% 아래로 묶겠다고 했고, 재해재난용 ‘특별’연장노동을 일상적 무한노동용으로 개악하려 하면서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가야 할 길’이라니! 문 대통령은 이 ‘길’을 못 가는 이유로 ‘중소기업 부담’을 들었다. 묻고 싶다.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고 최저임금 1만원과 주 40시간 노동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우리는 경제단체가 정말 절실해서 탄력노동제 단위기간 확대를 요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제도야 어떻든 장시간·저임금 노동이 필요할 뿐 아닌가. 그래서 정부와 국회는 물량 변화가 예상되는 사업장엔 탄력노동, 예상 안 되는 사업장엔 특별연장노동이라는 도깨비방망이를 ‘보완대책’으로 제공하는 것 아닌가.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370여명이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과로사했다. 최근 크게 올랐다는 과로사 산재인정률이 고작 40%대이며, 매년 특별연장노동으로 죽어 나가는 공무원은 제외한 수치가 이렇다. 민주노총이 얼핏 양보할 수도 있을 것 같은 탄력노동제에 이토록 반대하는 이유는 보완·유보·양보로는 도저히 이 같은 과로사를 막아 내고 노동시간단축을 끌어낼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가 구호가 아닌 강력한 정책실행을 하지 않고서는 사람 사는 세상이든, 노동존중 사회든 노동자는 언제나 자본과 정치논리에 희생될 뿐이다.


▲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

주 52시간 상한제 포기선언
김성희(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

이번 보완대책은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의 포기선언이자 정부정책 전개의 기본을 망각한 조처다. 계도기간을 최대 1년6개월까지 준다면, 그때 예정된 50명 미만 사업장의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은 자동 연기될 것이다. 300명 이상 사업장에 9개월, 50명 이상에 1년6개월이면 50명 미만에는 계도기간 3년을 적용할 것인가? 계도란 깨우쳐 인도한다는 건데, 그 안에 담긴 유도 촉진의 기능은 거의 없고 단속과 처벌을 면제하는 게 골자다. 계도기간이 아니라 시행유예에 다름 아니다. 노동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미 준비됐거나 준비 중인 기업 92.8%만 바보로 만드는 일이다. 잘하는 기업을 북돋는 게 아니라 곤혼스럽게 만들고 있어 정부 정책의 기본방향에도 맞지 않는다.

특별연장근로를 일시적인 물량급증 등 경영상 사유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는 정책 방향 상실의 극대치를 보여 준다. 자연재난·사회재난에 준하는 예기치 못하고 불가항력적인 사태로 판단할 기준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법률의 위임범위를 넘어선 위법한 행정조처로 판단될 뿐 아니라, 명확성과 공정성의 원칙도 위배하고 있다. 행정관청의 승인을 받아야 할 사항이라 남용되지 않는다는 장담을 이런 모호한 조항을 만든 곳에서 하는 게 믿음이 가는가?


▲ 송은희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선임간사

정부의 주 52시간 상한제 보완대책은 틀렸다
송은희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선임간사

‘1주일은 5일’이라고 주장했던 고용노동부의 비상식적인 행정해석으로 인해 주 68시간 노동이 허용됐던 과오를 바로잡고자 지난해 2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됐다. 그런데 채 2년도 되지 않아 지난 18일 노동부는 무제한적 장시간 근로를 가능하게 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법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할 이른바 ‘보완대책’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

근로기준법 53조(연장근로의 제한)에 따라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노동부 장관의 인가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근기법 시행규칙 9조는 자연재해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른 재난이 발생하는 경우로 한정해 특별연장근로 허용사유를 제시하고 있다. 근로시간제 규정의 예외를 인정한 것은 그야말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고, 시행규칙은 이러한 법의 제정 의도를 반영해 허용요건을 한정해 놓은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한 ‘일시적 업무량 급증’ 등의 경영상 사유는 “특별한” 경우라고 해석하기 어렵다. 시행규칙이 정부안대로 개정된다면 법이 위임한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20일 경총 회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고육지책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보완책을 발표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틀렸다. 허용요건을 자의적으로 넓히는 것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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