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부산지역대리운전노조가 25일부터 3일 동안 파업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부산대리운전노조는 지역노조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전국대리운전노조의 지역조직이라 할 수 있다. 2005년 대구지역대리운전직노조가 노조설립신고를 한 것을 필두로 전국에서 대리운전기사 노조 결성·가입이 이뤄졌고, 2012년 전국대리운전노조로 조직형태가 변경됐다. 노조는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고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한 문재인 정부의 약속이 있었기에” 미뤄 뒀던 설립변경신고서를 2017년 8월 제출했다. 하지만 노동부는 같은해 11월 반려 통지를 했다. 노조 지역조직은 어쩔 수 없이 서울시와 부산시에 노조설립신고를 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떠들고 언론에서 플랫폼 노동을 주목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수의 플랫폼 노동자에 해당하는 대리운전기사도 함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에 관해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대리운전기사가 플랫폼 노동자를 대표한다면, 미국에서는 우버(Uber) 기사가 플랫폼 노동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폰으로 택시를 호출하는 우버의 아이디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됐다. 우버화(uberization)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우버 사업모델은 혁신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미국 노동운동은 곧 우버 기사의 열악한 노동실태에 눈을 돌리게 됐다. 미국 운수노조를 대표하는 팀스터가 이들의 조직화에 나서게 된다.

미국에서도 불안정 노동자가 노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연방노동관계법(NLRA)은 이른바 독립계약자(특수고용과 유사)를 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고, 노조를 조직했다 하더라도 해당 교섭단위 전체 노동자를 대표한다는 승인을 얻지 못하면 단체교섭을 하기 어렵다. 시애틀을 기반으로 하는 팀스터 117지부는 법적으로 근로자로 인정받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우버 등 플랫폼 운송기업 기사를 조직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동시에 플랫폼 노동자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시 차원의 조례 제정 캠페인을 했다.

2015년 12월, 시애틀 시의회는 플랫폼 운송기업 운전자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조례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시의회는 “플랫폼 운전자와 계약을 맺는 플랫폼기업은 그 계약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정하며, 운전자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운전자의 앱 계정을 일방적으로 정지시킬 수도 있다. 이처럼 운전자가 계약조건에 관해 전혀 목소리를 낼 수 없고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현실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믿을 수 있고 안정되고 경제적인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도록 만든다”고 일갈했다.

법적으론 개인사업자로 취급되는 노동자들에게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조례가 통과되자, 플랫폼기업은 반발하고 시애틀 시장은 서명을 거부했다. 심지어 미국 상무부와 보수적 재단들이 나서 시애틀시 조례가 반독점법·연방노동관계법 등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하면서 “사람의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그러므로 노동자의 단결체가 단체교섭을 하는 것은 반독점법 위반이 아니다”고 설시했다.

조례에 반대하면서 플랫폼기업측은 자신들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여유시간을 활용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며 “시애틀시 조례는 운전자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고객들의 서비스이용료를 상승시키는 것이어서 연방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우리 사회에서 지금 검찰의 타다 기소를 비난하는 플랫폼기업 및 정부의 논지와 유사하다.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시애틀시 조례 사례는,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불안정 노동자를 조직하고 이들의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 함께 싸우는 노조와 노동운동의 노력이 어떠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지,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의 기본권으로서 단결하고 단체교섭할 권리가 왜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노동권 연구활동가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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