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오후 서울 청계천 전태일다리에서 열린 2020전태일50주기준비위원회 출범식 및 1회 풀빵연대 걷기대회 참가자들이 전태일 동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우리는 다시 전태일의 마음으로 돌아가 세상을 바라보고 이웃을 보듬어 안고자 합니다. 전태일로 돌아가, 전태일이 던진 송곳 같은 물음을 우리 사회에 던지며 전태일 50주기를 맞는 크고 즐거운 행진을 손잡고 시작하고자 합니다."

이주노동자·가사노동자·성소수자·알바노동자·장애인 노동자·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평화시장 앞 청계천 버들다리(전태일다리)에 위치한 전태일동상 앞에 나란히 섰다. 이들은 "우리가 전태일"이라고 부르며 '전태일 50주기 선언'을 낭독했다.

전태일재단(이사장 이수호)은 이날 2020전태일50주기준비위원회 출범식과 1회 풀빵연대 걷기대회를 열었다. 2020년 11월13일이면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한 지 꼭 50년이 된다. 출범식에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민주노총·한국노총·정의당이 함께했다. 준비위는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전태일50주기범국민행사위원회(가칭)'를 구성할 계획이다.

날이 찼지만 전태일다리는 전태일 정신을 재현하고자 모인 시민들로 붐볐다. 민중가수 박준씨는 전태일 열사가 생전에 좋아했던 노래 <맨발의 청춘>을 불렀다. 중간에 마이크가 꺼져 부르던 노래를 멈춘 박씨는 "죄송합니다. 열사님"이라고 말한 뒤 노래를 이어 갔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오늘날 경제번영을 이룬 것은 과연 어떤 층의 공로가 가장 컸다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이 애써서 일구신 산업기술의 결과라고 생각하겠지만 여기에는 숨은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수호 이사장은 전태일 열사가 분신 1년 전 근로감독관에게 보낸 진정서 형식의 편지글을 읽었다. 이 이사장은 "전태일 동지가 분신항거하면서 외쳤던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를 다시 외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철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우리는 4차 산업혁명 한가운데 들어와 있다"며 "사회가 변화할 때마다 가장 약한 사람의 희생이 가장 컸는데 다시 그런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게 하겠다고 열사 50주기를 맞아 다짐한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정치가 노동을 외면한 결과 공정으로 포장된 구조화된 차별에 노동자들이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2020년은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시작하는 원년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출범식이 끝나고 1회 풀빵연대 걷기대회가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전태일다리에서 전태일기념관까지 행진했다. 각자 차비에 해당하는 금액을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 제작비로 기부했다.

한편 이날 출범식에서는 전태일 50주기 이미지 공모전 시상식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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