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희 방과후강사노조 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노조 설립신고증 교부를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저는 엄마가 머리카락을 자른 모습을 상상도 못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많은 방과후 선생님들을 위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이 추운 날, 머리를 자르는 엄마의 당당한 모습을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김경희 방과후강사노조 위원장의 딸 권소연양이 엄마를 위해 쓴 편지를 읽었다. 얼마 전 수능을 봤다는 권양은 "엄마한테 힘이 되고 싶어 (기자회견 발언을) 자청했다"고 웃었다.

노조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설립신고증 교부를 촉구했다. 이날 삭발한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고용보험·산재보험 의무화뿐 아니라 노동 3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며 "하지만 촛불정부가 들어선 후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기본협약)을 의결하지 않고 노조 설립신고증조차 내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과후강사는 학교 정규수업이 끝난 뒤 미술공예·논술·외국어 같은 과목을 가르친다. 학교와 위탁계약을 맺거나, 학교와 위탁계약을 맺은 업체를 통해 일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다.

이들은 상시적으로 해고 위기에 놓인다. 김 위원장은 "보통 1년 정도 계약서를 쓰는데 심한 곳은 분기마다 3개월짜리 계약서를 쓴다"며 "방과후강사는 분기마다 재계약 걱정을 안고 산다"고 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부산 금정초등학교는 내년부터 모든 방과후과목을 민간위탁으로 전환하겠다고 강사들에게 통보했다. 노조는 각 지역 교육청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교육청은 설립신고증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섭에 임하지 않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경희 위원장을 응원하기 위해 방과후강사 20여명이 모였다. 몇몇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한 조합원은 "노조활동을 한다는 게 알려지면 학교에서 색안경을 끼고 볼까 걱정된다"면서도 "위원장 삭발을 응원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20년이 지나도 방과후강사 임금이 오르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학교는 계속해서 최저입찰제를 도입해 방과후교실을 민간위탁에 맡기려 한다"고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방과후강사도 노동자"라며 "노동부는 방과후강사노조에 설립신고증을 교부하고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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