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입법과 무관하게 계도기간 부여”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주 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대책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이 장관은 “중소기업이 주 52시간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300명 이상 기업에 대한 계도기간 부여 사례를 감안해 전체 50명에서 300명 미만 기업에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계도기간을 주는 것은 선제적인 근로감독을 하지 않고 자율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얘기다. 노동자 신고로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시정기간을 기존 14일에서 최장 4개월까지 연장한다. 노동부는 지난해 7월 300명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에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면서 6개월 계도기간을 뒀다가 올해 3월까지 연장했다.
50명 이상 300명 미만 기업도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 계도기간을 추가로 주겠다는 것이 노동부 계획이다. 이재갑 장관은 "대기업은 '6+3개월'을 줬으니 그것보다는 길게 주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구체적인 기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소 1년 이상 부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비공식 관계장관회의에서는 100명 이상 기업에 '9+3개월'을, 50명 이상 100명 미만 기업에 '12+6개월'을 주는 방안을 검토했다.
노동부는 특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내용의 근기법 개정안을 비롯해 국회에서 보완입법이 이뤄지더라도 계도기간을 설정한다. 이 장관은 “하위법령 개정작업과 노사합의 등을 감안하면 기간을 줄일 수는 있지만 일정 기간 계도기간 부여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주 52시간제 관련 근기법 개정안은 지난해 2월 국회를 통과해 3월에 공포됐다. 1년8개월이나 지났다. 기업 준비부족을 이유로 사실상 시행을 유예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노동부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00명 이상 사업장과 달리 300명 미만 사업장은 준비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계도기간을 당연히 부여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300명 미만 사업장 계도기간 부여 명분이 크지 않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가연장근로에 경영상 사유 포함”
정부는 국회에서 주 52시간 보완입법이 안 되면 인가연장근로(특별연장근로) 사유를 확대한다. 근기법에 따르면 기업에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노동부 장관 인가와 노동자 동의를 받아 주 52시간 이상 일할 수 있다. 같은법 시행규칙에서는 “자연재해와 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의 수습”을 위한 경우에만 허용한다.
노동부는 근기법 시행규칙에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이나 기계설비 고장 등 경영상 사유에 대해서도 연장근로를 허용할 계획이다. 경영상 사유가 근기법에 명시한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는지, 특별연장근로를 할 정도로 경영상 사유가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이재갑 장관은 “그동안 특별연장근로를 엄격히 제한한 것은 우리나라가 주 68시간까지 노동을 허용했기 때문인데 이제는 52시간으로 줄어든 만큼 해외사례에 맞춰 경영상 사유까지 확대해 해석하겠다”고 말했다.
인가연장근로를 하려면 노동자 동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근로자대표 제도가 모호한 상황에서 사용자들의 일방적인 시행이 우려된다. 노동부는 근로자대표 제도 관련 내부 지침을 개선·정비할 예정이다. 인가연장근로를 할 경우 노동시간 상한선을 설정할 법 규정도 없다. 노동부도 “건강권 보호조치에 한계가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가연장근로는 공익목적으로 허용하는 제도인데 경영상 사유를 포함하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다”며 “빠른 시간 내에 위법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계도기간을 부여한다면서 한편에서는 불법적인 연장근로를 합법화하는 이상한 시그널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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