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시행 예정인 5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보완대책으로 정부가 인가연장근로(특별연장근로)를 확대하고 계도기간을 부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이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가운데 정부는 행정명령으로 주 52시간제를 보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소관 법안심사를 하는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가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여야가 입장차만 재확인한 지난 14일 간사협의 이후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소위 의원실 관계자는 “소위 일정은 고사하고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간사협의 일정조차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여야는 환노위에서 합의하면 2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하지만 여야가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여부를 놓고 평행선을 긋고 있어 합의 가능성이 낮다.

노동부는 입법 무산에 대비 중이다. 이재갑 장관은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입법이 되지 않을 경우 보완대책 추진방향을 내놓는다. 노동부는 환노위 법안심사를 감안해 대략적인 방향만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계도기간 부여와 인가연장근로 확대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 장관은 지난 15일 언론사 논설위원 간담회에서 “주 52시간제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장의견과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행정조치로 가능한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준비기간 부여 △구인지원 △하위법령 개정을 꼽았다.

노동부는 지난해 7월 공공기관과 300명 이상 사업장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면서 9개월에 걸쳐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적극적인 근로감독을 하지 않고 시정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인가연장근로 사유 확대는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만으로 가능하다. 노동부는 △신상품 연구개발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시설·장비의 갑작스런 장애 및 고장을 인가연장근로 사유에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인가연장근로는 노동시간 제한이 없다. 노동시간을 제한하려면 근기법을 개정해야 한다. 노동부 고위관계자는 “노동시간 상한선을 설정해 인가요건으로 내걸고 이를 어기면 다음에는 인가기간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어 무한정 장시간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인가연장근로 사유를 확대할 경우 노정갈등이 예상된다.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 중단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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