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노조가 지난 13일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삼성전자에 만들어진 네 번째 노조다. 노조에 따르면 삼성전자에는 이미 1노조(한국총괄)·2노조(네트워크사업부)·3노조(한국총괄)가 설립돼 있다. 4노조 격인 삼성전자노조가 관심을 모은 이유는 상급단체에 가입한 유일한 노조이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소속이다. 최근 삼성 임원들은 삼성전자서비스·삼성에버랜드 노조와해 사건으로 법적 단죄를 받고 있다. 삼성 경영진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무노조 경영’ 그림자 탓이다. 노동자들은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 경쟁력에 상응하는 ‘노사관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대착오적인 후진적 노사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선언이다.

 

▲ 조돈문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대표

기존 유령노조 해산하고 안전한 일터 만들어야
조돈문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대표

삼성은 지금까지 무노조 경영방침을 고수해 왔고 노조를 탄압했다.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 나온 대로 실행에 옮긴 사실이 드러났다. 이제 노사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다른 기업처럼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하고,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행동을 할 수 있도록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최근 에버랜드에 유령노조를 만들어 금속노조 삼성지회를 탄압한 혐의로 임원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런 만큼 유령노조를 해산하고 삼성지회와 단체교섭을 해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삼성전자에도 노조가 생겼으니 노조활동을 인정하고 노조활동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다른 계열사 노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존재하는 유령노조나 어용노조를 해산시키고 정상적인 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어야 한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더 이상 일하다가 목숨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 노동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상적인 노사관계도 힘들어질 것이다. 이젠 삼성도 개과천선하고 거듭나야 할 때다.

 

▲ 최종환 한국노총 부대변인

삼성전자노조와 함께하는 100만 노동자가 있다
최종환 한국노총 부대변인

삼성을 대표하는 수식어는 무노조 경영이다.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 때부터 이어져 왔다.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노조는 안 된다"는 이 회장의 유지는 그의 눈에 흙이 들어간 지 30년 넘게 지켜졌다.

삼성은 노조가 만들어지면 감시·미행·협박 등 불법적인 행동을 앞세웠다. 지속적인 회유와 압박을 통해 고사시키고, 기존에 만들어진 어용노조를 활용해 노노갈등을 유발하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했다. 무노조 경영 역사는 삼성만으로 가능하지 않았다. '또 하나의 가족'인 삼성 장학생들은 검찰·정부·언론 등에서 활동하며 헌법 위의 삼성공화국을 유지시킨 일등공신들이었다. 삼성에 노조가 생겨도 가입률이 3%도 되지 않는다고 삼성 계열사 노조관계자가 말할 정도다.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노동조합이 공식 출범했다. 삼성전자노조 역사상 상급단체에 가입한 첫 번째 노조이자 유일한 노조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은 삼성 노동자에게도 해당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문장이다. 노동조합은 '필요'로 만들기도 하지만 '당연히'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어느 정치인이 말했다.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삼성전자노조를 만들기 전에 사전작업이 이뤄졌던 '오픈채팅방'에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의견의 대부분은 "이제 노조가 필요하다"였다.

삼성 노동자들은 더 이상 '노조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만에 하나 삼성전자 사측이 과거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해 구태를 반복한다면 과거와는 다른 저항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삼성전자노조의 뒤에는 수백 개 전자업종 노동자들과 100만명의 상급단체 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 윤종선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비상대책위원회 의장

자본으로부터 자주적인 노조, 건강한 노조 되길
윤종선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비상대책위원회 의장

삼성전자에 노동조합이 결성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삼성 노동자 권리를 되찾기 위한 노력들이 있었기에, 조금씩 노동조합 확대의 길이 열리고 있다.

현재 법원에서는 삼성이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없애기 위해 벌였던 다양한 노조파괴 공작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다음달 17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삼성이 노조와해에 나서기 어려운 시점이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하며 겪었던 오랜 경험과 법정에서 드러난 삼성의 노조와해 증거들은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삼성전자노조에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첫째, 자본으로부터 자주적인 노조가 돼야 한다. 입에 발린 바른 말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자주성을 잃으면 파괴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둘째, 삼성전자에 설립된 노조는 4개다. 서로 경쟁하지 말고 연대해야 한다. 삼성의 뻔한 갈라치기 수법에 당하지 않으려면 노조들 간 소통과 교류가 중요하다. 삼성 모든 계열사에 노조가 설립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연승종 삼성에스원노조 부위원장

이재용 부회장은 노조할 권리 보장 선언하라
연승종 삼성에스원노조 부위원장

2017년 8월 삼성에스원노조 출범을 선언하고 단체교섭을 요구했더니 회사는 존재조차 없었던 기존노조와도 개별교섭을 하겠다고 밝혔다. 2000년 설립한 기존노조는 활동도 없고 조합원 실체도 알려지지 않은 유령노조였다.

비교적 잠잠하던 노사협의회도 에스원노조 출범 후 왕성한 활동을 시작했다. 협의회 사원대표들은 사실상 전임활동을 했다. 사내메일도 자유롭게 사용했다. 에스원노조는 사내메일 사용에 제한을 두면서 차별을 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폭로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는 오피니언 리더를 통해 사원지배력을 강화하고, 노사협의를 강화하라는 내용이 나온다. 에스원에 고스란히 적용됐던 방식이다. 노조 영향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원하는 지역에 발령해 주는 대가로 노조를 탈퇴하라고 종용한 부당노동행위도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올해 4월 노동부로부터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넘겨받았는데, 기소·불기소 결정을 하지 않고 있다. 검찰이 삼성의 부당노동행위를 돕고 있는 꼴이다.

노조가 속속 생기고 있다지만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이 노조를 인정하고, 헌법을 준수하고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공식 선언하지 않고서는 삼성그룹에 정상적인 노사관계는 자리 잡을 수 없다. 삼성에 노조를 조직한 이들은 삼성그룹사노조대표단을 꾸려 정기적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 삼성그룹 경영을 책임지는 인사가 대표단과 공식회의를 갖고 노사 상생방안을 찾아가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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