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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열사 49주기 추모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열사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1만원, 노동시간단축 등 노동정책이 갈 길을 잃고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의 발언이다. 올해도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열사묘역에 많은 후배들이 모였다. 위원장의 발언 못지않게 대다수 참석자들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아마도 죄송함과 부끄러움이었으리라.

지난 세월 전태일 열사가 만들어 낸 희망은 실로 대단하다. 49년 전 청년 전태일은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에만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다. 몇몇 대학생이 읽던 <전태일 평전>이 아니라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도서관에서 즐겨 읽는 <우리나라를 빛낸 전태일>이 됐다. 평화시장 일대는 그를 기리는 위한 각종 조형물과 기념관이 열사의 이름으로 되살아났다.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끊임없이 찾고 있다. 마석 모란공원도 그중 하나다. 열사의 희생정신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궤도를 따라오는 중국과 동남아 개발지역에 큰 울림을 주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그곳 노동자와 학생들에게 청년 전태일은 자기들에게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진정한 위인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그들에게 <전태일 평전>은 말 그대로 필독서가 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한 소중한 노동기본권을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노동은 더 이상 수단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살아가는 터전임을 알아야 합니다.” 최근 삼성측이 행한 부당노동행위 사건이 진행된 형사법정 마지막 공판에서 검사가 부당노동행위를 한 피고인에게 구형을 하면서 재판부에 구한 의견이다. 귀를 의심했다. 이 상황을 뭐라 표현할 수 있겠는가.

검찰은 얼마 전(아니 지금도 상당수 검찰은)까지만 해도 노동조합의 정당한 쟁의행위를 무조건 업무방해로 기소하는 행태를 보이지 않았던가. 노동을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잠재적 범죄로 보지 않았던가. 그런 검찰이 노동조합 파괴범을 스스로 단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저 "노동시간을 지켜 달라"고 외치던 열사가 오늘의 이 법정을 봤더라면 어떤 말씀을 했을까.

“삼성전자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졌습니다. 상급단체는 한국노총으로 했습니다.” 한 공중파 정규뉴스에서 크게 다룬 기사다. 삼성전자노조는 13일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지금까지 삼성그룹에 몇몇 노동조합이 설립돼 활동하고 있는데, 삼성전자에 노동조합이 세워진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몇 년 전부터 노동조합 설립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이제야 결실을 보게 되네요. 아직은 시작이죠.” 노조설립을 지원한 어느 활동가의 표정에 자랑스러움이 묻어났다. 이른바 무노조 경영을 유훈처럼 받든 삼성(전자) 아니던가. 열사가 이 모습을 봤더라면.

이렇게 반가운 모습이 있는가하면 그 반대편에는 슬픈 모습이 적지 않다. 평화시장 여공들의 처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들이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 노동현장에 있다. 오히려 더 많다. 노동을 하지만 노동자가 아닌 노동자들이 그들이다.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 노동자가 대표적이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가 220만9천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은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과연 근로기준법과 노동법만으로 충분한지 의문이다. 단결권만 보장한다고 해서 이들이 처한 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제는 노동기본권을 시작으로 한 보다 창의적인 보호방안을 마련할 때가 됐다. 열사도 그리 원하지 않을까.

전태일재단은 한 해 동안 가장 모범이 되는 노동운동을 한 단체나 개인에게 전태일노동상을 수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주노조가 받았고 올해는 부산지하철노조가 받았다. 내년이면 열사 50주기다. 내년에는 이 땅의 노동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이 상의 영예가 돌아가길 소망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열사 묘역을 노동자들과 함께 참배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해 본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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