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법 개정으로 지난달부터 실업급여(구직급여)가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인상됐다. 고용보험료율도 1.3%에서 1.6%로 0.3%포인트 올랐다. 노동자 1인당 월평균 5천249원, 연간 6만3천원의 보험료를 더 낸다. 한데 실업급여 상한액은 하루 6만6천원 그대로다. 고용노동부가 실업급여 상한선을 정하는 구직급여 기초일액을 13만2천원에서 11만원으로 삭감해 버렸기 때문이다. 국회가 고용보험법을 개정해 실업급여를 올렸지만 노동부가 고용보험법 시행령을 바꿔 상한액 인상을 막아 버렸다.

실업급여 올랐는데 상한액은 그대로?

7일 한국노총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0월1일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실업급여 산정기초가 되는 임금일액이 13만2천원에서 11만원으로 2만2천원 삭감됐다.

실업급여는 연령과 고용보험 가입기간에 따라 퇴직 전 평균임금의 60%를 받는다. 하한선과 상한선이 있다. 하한선은 고용보험법에서 최저임금의 80%로 정하고 있다. 올해 9월30일까지는 최저임금의 90%였는데 고용보험법 개정으로 10%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경과조치로 현행(최저임금의 90%인 6만120원)보다 낮을 경우 현행 하한액을 적용하도록 해서 실질적인 삭감은 피했다.

문제는 실업급여 상한액이다. 상한액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시행령으로 정한다. 올해 9월30일까지 실업급여 상한액은 기초일액 13만2천원의 50%인 6만원6천원이었다. 그런데 10월1일부터 실업급여가 평균임금의 60%로 인상되자, 노동부가 기초일액을 11만원으로 삭감해 버렸다. 11만원의 60%는 6만6천원이다. 실업급여를 인상했지만 상한액은 올리지 않은 꼼수를 쓴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기초일액 삭감 이유로 "실업급여 상한액 6만6천원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적인 방법을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상한액 인상을 피하기 위해 시행령을 바꿨다는 말이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내년 실업급여 상한액 기준도 올해와 같은 6만6천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달 중순 고용보험위원회를 열어 실업급여 상한액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내년에 당장 상한액을 올리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상한액 결정방식을 개편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하한액이 상한액보다 높은 역전현상 또 벌어질라

노동계는 실업급여 하한액이 상한액을 초과하는 역전현상이 재발할 것으로 우려한다.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에 연동해 상승하는 반면 노동부 장관이 정액으로 정하는 상한액은 변동이 없는 탓이다.

실업급여 상한액은 임금변동에 따라 오르는 것이 맞다. 고용보험법 45조와 시행령 68조는 물가상승률과 경기변동, 임금상승률을 고려해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금액을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상한액은 1995년 실업급여가 도입됐을 당시 3만5천원에서 2006년 4만원으로 인상된 뒤 2015년까지 9년간 동결됐다. 상한액이 오르지 않으면서 하한액과의 차이가 줄어들었다. 급기야 하한액이 상한액을 초과하는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2016년의 경우 실업급여 상한액이 4만3천원이었는데 하한액은 이보다 많은 4만3천416원이었다. 2017년 1~3월에도 상한액(4만3천원)보다 하한액(4만6천584원)이 많았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상한액은 2만3천원 올랐다. 상한액이 하한액을 밑도는 역전현상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실업급여 인상이라는 고용보험법 개정 취지를 시행령으로 무효화하는 기만행위"라며 "실업급여가 구직노동자 생활안정이라는 본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상한액을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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