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소속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포스코의 사내하청노조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20~30년 전 정보경찰관이나 국가정보원(옛 국가안전기획부) 직원이 포스코 노정팀(인사노무그룹)에 들어와 노무관리를 했는데 지금도 그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1980년대식 노무관리가 지금도 포스코 곳곳에서 자행되는 이유죠."

박옥경 한국노총 광양제철소 사내하청노조협의회 의장이 6일 오전 포스코 하청노동자 20여명과 국회 정론관을 찾았다.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포스코 사내하청노조 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서다. 이날 기자회견은 당초 지난달로 예정됐다가 한 차례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포스코 원청과 하청업체 사용자들이 기자회견을 막으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다는 게 노조협의회측의 주장이다. 기자회견 참석자도 예정보다 줄어들었다. 포항제철소 한 하청업체 사장은 지난 5일 저녁 노조위원장을 불러내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부산으로 가 버렸다. 해당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이 끝날 때까지 부산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박옥경 의장은 "포스코에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증언했다.

"KPI 평가 악용해 노조활동 위축"

김만재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포스코가 2005년부터 사내하청업체를 상대로 핵심성과지표(KPI) 평가제도를 운영하면서 점수가 높은 상위업체에는 인센티브를, 하위업체에는 페널티를 부과하면서 노사관계 항목이 포함된 조직안정 분야 배점을 높여 하청노조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포스코는 사내하청노조 설립 바람이 불기 시작한 2017년 조직안정 분야 배점을 15점에서 35점으로 대폭 상향한 뒤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조직안정 분야는 △노사 리스크 관리 △노무관리 상시 모니터링 체제 구축 △노사관계 양호도 등을 평가한다. 금속노련은 "포스코가 신설된 노조 조합원 숫자가 일정 수준을 웃돌거나 상급단체에 가입하면 낮은 점수를 주고 조합원들에게 이런 점을 홍보해 노조 입지를 줄였다"고 말했다. 조직안정 분야 배점은 안전관리(15점)·작업품질 관리(15점)보다 높다.

"올해 초 노조설립 하청업체 12월 계약해지 통보"

광양제철소 포스코케미칼 하청업체 S사 노동자 20여명은 올해 초 노조를 만들어 한국노총에 가입했다. 그러자 포스코케미칼은 느닷없이 "올해 12월까지 계약을 유지하고 내년부터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설립 20여년 된 S사는 모든 일감을 포스코케미칼에서 받는다. 계약해지는 사실상 폐업을 의미한다. 사내하청노조협의회 관계자는 "하청업체에 노조가 설립되면 도급계약을 해지해 공중분해시키는 것은 전통적인 포스코식 노무관리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S사만 그런 게 아니다. 포스코는 매년 7월께 1년 단위로 전체 107개 사내하청업체(포항제철소 58곳·광양제철소 49곳)와 도급계약을 갱신하는데, 올해는 지난달까지 최종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하청노조협의회는 포스코가 계약갱신 여부를 하청노조 탄압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용득 의원은 "노동자들이 국회 기자회견을 위해 상경한다고 하니까 포스코가 전방위적으로 압력을 행사했다"며 "한국노총에 가입한 노조가 있는 사내하청업체는 따로 계약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이런 일이 가당키나 한 것이냐"고 따졌다.

한편 포스코에는 포항제철소 8천933명(원청 정규직 대비 사내하청 비율 50.3%)과 광양제철소 7천262명(54.3%) 등 2만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노조협의회 소속 조합원은 3천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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