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CJ헬로 은평고객센터에서 일하는 설치기사인 황기운씨는 2017년 5월 개인사업자 신분에서 '근로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그해 1월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케이블방송·인터넷 설치기사 개인에게 도급을 주는 것은 정보통신공사업법 위반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규직이 된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회사는 설치기사 불법도급 논란이 잠잠해진 2018년 9월부터 설치기사들을 다시 개인도급기사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동의를 별도로 구하지 않았다. 황기운씨는 "강제퇴사를 당했지만 그 사실조차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알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기본급이 달라져도 해고될까 항의 못해"

희망연대노조 CJ헬로고객센터지부는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CJ헬로 고객센터 간접고용 비정규직 불법적 운영 및 노동실태 증언대회"를 열었다. CJ헬로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고객센터 운영대표가 마음대로 임금체계를 바꿔도 해고당할까 봐 문제제기하기 어렵다며 고용불안을 호소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원청의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황기운씨는 "자기 멋대로 근로자 신분을 바꾸고도 은평고객센터 운영사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원청은 하루빨리 이 같은 업체를 퇴출시켜야 함에도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보통신공사업법은 정보통신공사업자가 아닌 이가 도급을 받거나 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사업자는 1억5천만원 이상 자본금과 일정한 기술능력·사무실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설치기사 개인이 이런 조건을 충족할 리 만무하다. 명백히 불법인 행위를 협력업체가 행하고 있음에도 원청은 묵인하고 있는 것이다.

정재철 지부 영서지회장은 "고객센터와 근로계약을 맺는 정규직 역시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며 "기본급이 매번 달라지는데도 해고를 당할까 두려워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CJ헬로 강원영서고객센터에서 AS(수리)업무를 하고 있는 한 조합원의 경우 2014년 180만원이던 기본급이 2018년 170만원, 2019년 175만원으로 수시로 바뀌었다. 하지만 노동자는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

"정부는 노동권 보장방안 마련해야"

이만재 노조 조직국장은 "CJ헬로는 매년 수백 억원의 이익을 내고 있지만 CJ헬로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불법적인 고용구조로 기본적인 노동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다"며 "법적 책임을 피하면서 실질적으로 외주협력업체를 관리·통제하는 기형적인 원·하청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조가 요구하는 직접고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CJ헬로를 인수합병하려는 LG유플러스 의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협력업체와의 긴밀한 상생협력체계를 지속해 나가겠다"며 협력업체 직접고용을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합병이 시너지효과를 내기는커녕 CJ헬로 가입자 빼내기에 그칠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협력업체 체제는 구조조정에 훨씬 용이하다. CJ헬로 고객센터 노동자는 2016년 당시 2천200명이었지만 현재 1천200명에 불과하다. 3년 새 소리 소문 없이 노동자가 구조조정된 것이다.

노조는 "정부가 외주협력업체 노동자 노동권 보장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심사는 6일 예정돼 있다. 지난 9월 조건부승인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LG유플러스에 발송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